밥
/문영하
어미는 밥이다
윤기 자르르한 고봉밥 고슬고슬 담아내던
화수분 같은 손끝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수풀을 헤치고 언 땅을 녹이며
꽃잎 같은 보드라운 입에 먹이 날라 물리었다
배꼽에 자루 달고 숨차게 벌판을 달려온 캥거루
탯줄 릴레이
질긴 생명줄이 날래게 달린다
새벽별 이고 나와 해종일 뛰다가
이제 바통을 넘기고 트랙 밖으로 나온 그녀
힘은 모두 소진되고 텅 빈 거죽으로 앉았다가 벌떡
일어선다
밥 묵었나, 밥을 묵어야제
밥을 묵고 가야제
원초의 소리가 자장가의 후렴처럼 끝없이 반복된다
마른 나뭇가지 같은 손에서
뜨거운 밥 냄새가 솟아오른다
이팝꽃이 고봉밥처럼 피어나는 계절이다. “어미는 밥이다”라는 구절에 세상 모든 어미의 마음이 들어 있는 듯하다. 오래전부터 우리 어미들은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지나가는 길손이나 밥 한술 얻으러 오는 사람까지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식들이 오면 오죽하겠는가.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어미의 밥은 위대하다. 어떤 보약보다 나은 약이다.
/김밝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