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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꽃

/서주영

바닥 밑의 바닥엔 키 작은 네가 있다

저항도 눈물도 잊은

웅크린 너의 목소리를 건져 올린다

눈도 귀도 닫아버려 음습한 이력

외줄 타는 어름사니처럼

일제히 소리 죽여 아슬아슬 어둠을 건너느라

한낮도 후미진 밤이었다

숙성된 어둠에게 할퀴고 물어뜯기며

맨살로 오롯이 버텨온 너를

묵묵한 한 떨기 시인이라 부른다

 

 

 

잘 있니? ‘바닥 밑의 바닥’에 사는 ‘키 작은 네가’ 궁금해서 안부를 묻는다. 그곳에서 언제나 ‘웅크린 너의 목소리’를 듣곤 했는데, 이제는 ‘눈도 귀도 닫아버려’ 더 고단하게 살아갈지도 모르겠구나. ‘외줄 타는’ 심정으로 ‘소리 죽여 아슬아슬’ 사는지라 ‘한낮도 후미진 밤’처럼 보였을 것인데, 그래서 밤이든 낮이든 ‘숙성된 어둠에게 할퀴고 물어뜯’긴 채로 ‘맨살로 오롯이 버텨’왔을 것을 짐작하고도 남겠구나. 그렇게 버티며 살아가는 네가 피워내는 ‘그늘꽃’의 향기를 맡는다. 그늘이 지기도 하고 그늘에 들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삶. 그늘이 편안하다는 말이 진실일지 사치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절. ‘묵묵한 한 떨기 시인’처럼 살아가는 네가 고이 피워낸 ‘그늘꽃’을 오늘 나의 ‘바닥 밑의 바닥’에 놓아두려고 한다.부디, 너의 그늘을 그리워하는 내가 있음을 잊지 말고 어느 그늘에서든 그늘꽃 한두 송이쯤 꼭 피우며 살기를.

/이종섶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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