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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보금자리주택지구

보금자리주택지구

/이선이

숟가락이 축나고
아파트는 생각을 줄였습니다

허리끈이 해지고
말도 평수坪數를 줄였습니다

의자를 권하는 오후께로
쥐눈이콩만 한 별이 와서 졸다 갔습니다

좁고 시린 미간眉間
너머

주름을 펼쳐
벽오동 한 그루 심었습니다

구름을 헐어
오동꽃 몇 송이 빈 가지에 앉혔습니다

쪽창에 걸린
낮고 느린 심장 박동 수

길고양이 급식소 나무현판이
희미해질 무렵

허공을 내려
흰 등을 걸었습니다

- 포지션(2017년 겨울호)

 

 

단란함이 뚝뚝 묻어나는 말, 보금자리! 주택과 결합하니 그곳에서는 온갖 행복이 몽실몽실 피어날 것만 같다. 보금자리 주택은, 무주택서민, 저소득층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공급정책의 일환이다. 서민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되는 복지혜택이건만 빈부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세태에서는 비애의 한 단면일 수 있다. 하여 숟가락도 축나고 말수도 평수를 줄여야 하는 것, 시인은 그런 상황을 시 속에 구현하지만 소소한 현상을 따뜻한 시적 감성으로 치환한다. 쥐눈이콩만 한 별도 졸다 가는, 신산한 걱정거리도 잠시 밀쳐두고 벽오동 꽃송이를 눈에 들이는, 허공을 발처럼 내리고 흰 달을 등불로 걸어보는, 나름대로의 낭만을 곁들인 최고의 보금자리는 만들어가기 나름 아니겠는가.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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