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치
/김왕노
나는 네 말이 내게 왔다가 사라지는 줄 알았다.
한 두레박 우물물이었다가
개울물로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줄 알았다.
구름이 되었다가 지리멸렬하는 줄 알았다.
한 시절 억새로 나부끼다가 가는 줄 알았다.
네 말이 여름 철새로 멀리 이동하는 줄 알았다.
미루나무 노란 단풍잎이었다가 지는 줄 알았다.
나는 네 말이 그렇게 떠나는 줄 알았다.
물이끼 푸른 징검다리 아래서 개울을 건널
내 콩콩 발소리 기다리는 버들치인 줄 몰랐다.
그리움을 물풀처럼 물고 사는 버들친 줄 몰랐다.
작은 지느러미 파닥이며 사는 버들치인 줄 몰랐다.
버들치는 1급수 상류에서 산다. 그만큼 깨끗한 계곡에 서식하며 강 버들 밑에서 유영하는 것을 좋아하므로 버들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런 유래를 먼저 알면, 이 시의 지향점이 얼마나 청정한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네 말이 내게 왔다가 사라지는 줄 알”고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뒤늦게 네 말은 “내 콩콩 발소리 기다리는” 근원이며 “그리움을 물풀처럼 물고 사는” 원동력이며 “작은 지느러미 파닥이며 사는” 그야말로 담백한 버들치하는 것을 클로즈업 시켜 보여준다. 요즘 우리는 좋은 학벌, 많은 돈, 넓은 집 등등 물질적으로 세속화된 삶을 추종한다. 그런데 몸과 마음이 피곤할 뿐, 행복하지 않다. 이럴 때 이 시는 버들치처럼 청량함을 선사한다. 버들치! 라고 발음해 보면 싱싱한 물고기처럼 살아 파닥이는 감칠맛과 함께 미소가 번지고 범사에 그저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박수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