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가 입시 우선선발권을 없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의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앞서 안산동산고 청심국제고 경기외고를 운영하는 도내 8개 자사고·외고·국제고 학교법인은 지난 5월 31일 경기도교육감을 상대로 수원지법에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고를 비롯해 서울 23개 자사고도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2019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일단 헌법재판소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들 학교들의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나아가서는 지난 2월 ‘학생의 선택권과 학교의 선발권을 가로막는 조치’라며 헌법소원을 낸 바 있어 헌법불합치 결정을 기대할 수도 있게 됐다. 헌재는 교육부가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입시를 일반고와 동시에 치러 내년부터 당장 중복지원하지 못하게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1조 5항이 부당하다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헌법소원 본안 결정은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지만 자사고들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에는 틀림이 없다.
교육부도 이같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평준화 지역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지원자의 일반고 동시지원을 허용하고 이르면 4일께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확정키로 했다. 후속조치로 2개 이상의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고 4일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소집해서 세부계획을 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무리하게 폐지하려던 시도 교육청의 계획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진보성향의 교육감 14명은 모두 자사·외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향후 헌재의 본안 결정이 어떻게 나는가에 따라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자치단체의 정책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밀어붙이기식 결정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자사고 폐지 쪽이 52.5%, 유지하자는 쪽이 27.2%였다. 그렇다고 수십 년 전 애써 세운 학교를 마음대로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학교의 존폐를 여론조사나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도 아니기에 그러하다. 이들 학교들은 하향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도 교육청에서 설립허가를 내준 곳이다. 당시 교육의 다양성과 학교선택권을 확대하고 또 수월성 교육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없애려 하는 것은 서로의 상처가 더 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