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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초

                       /김선향



고인 침을 모아 알약 한 개를 삼키는 시간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딸을 버리고 엄마가 사라지는 시간



파도가 집 한 채를 잡아먹는 시간



잠복한 형사에게 불법체류자의 꼬리가 밟히는 시간



골프채를 휘둘러 창문을 깨부수고 도주하는 시간



범퍼에 부딪힌 고라니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떨어지는 시간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넘어가는 시간



- 시집 ‘여자의 정면

 

 

불교에서는 시간의 단위를 청정(淸淨)으로부터 무량대수(無量大數)까지 수십 단계로 나눈다. 그 중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차용해 쓰는 용어가 순식(瞬息), 찰나(刹那), 수유(須臾) 정도 아닐까 한다. 모두 짧은 시간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순식간이라는 말의 순(瞬)은 눈 한번 깜박거리는 시간, 식(息)은 숨 한번 내쉬는 시간이라니 시인의 ‘0.2초’와 가장 잘 근접한 개념일 것이다. 시인은 이 짧은 시간이 일상적인 틀마저도 깨부술 수 있는 엄숙한 순간일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 같다. 모녀의 정을 끊을 수도, 집 한 채가 파도에 휩쓸리기도, 불법체류자가 수갑을 차게 될 수도, 고라니가 로드 킬로 숨질 수도 있는, 어쩌면 생의 모든 순간이 그렇게 지극히 고귀하고 소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생과 사는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지 못하거나, 내쉬었다가 들이쉬지 못하는 한 呼吸 사이라 하지 않던가. 차안에서 피안으로 가는 이 짧은 시간이 늘 우리 앞을 아슬아슬 스쳐 지나고 있는 것이니….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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