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결국 거리로 나섰다. 지난 20일 서울세종대로에서 최저임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24일까지 5일간 광화문사거리 부근에서 천막농성을 갖는다. 한 일간지가 국내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에 의뢰해 올해까지 지난 10년간 가맹점 200만 곳의 상반기 중 창·폐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중 20만 곳이 폐업했다고 한다. 2009년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폐업한 16만4천곳보다 3만6천곳(22%)이나 늘어 역대 최대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참으라고 한다.
경제가 최악의 상황임을 보여주는 지표는 또 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에 폐업 신고를 한 개인 및 법인사업자는 90만8천76명이다. 이러한 상태로는 올해 폐업하는 사업자가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것도 역대 최대기록이 된다. 거의 대부분이 음식점과 주점, 카페, 치킨집, 소매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다.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는 이유다. 최저임금이 인상여파로 신규 고용을 줄였는데도 견디지 못해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 대출도 자꾸 늘어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도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딴소리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근 사상 최악의 고용지표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인내해야 한다고 했다. 이해찬 의원은 고용악화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이라고 한다. 김진표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내려면 3년이 걸리니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3년을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다가는 더 망할 뿐이다. 고용참사의 원인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강압적인 정규직화,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 때문이라고 인정해야 함에도 지난 정부나 인구감소 탓으로 돌린다. 대통령이 걱정하는 국민의 신뢰는 이미 잃은 상태다.
지난 2년 간 54조원을 쏟아부었어도 고용상황이 이렇다면 차라리 실업자 100만 명에게 1인당 5천400만원씩 주는 게 나을 뻔 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박근혜 정부에서 100조를 쓰고도 출산율이 그대로라고 비난했지만 대체 그것과 뭐가 다른가.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는 잠재적 부채가 된다. 일자리수석을 만드는 것보다 민간기업이 해외로 도망가지 않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더 급하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 도모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