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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칸영화제와 흥행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경쟁부문 대상인 황금종려상(palme d’Or)을 수상한 것은 한국영화 사상 처음이다. 당연히 봉준호 감독이나 영화 ‘기생충’은 화제의 대상이고, 더불어 칸 영화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칸 영화제는 재미있거나 친절한 영화제가 아니다. 관객들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들은 못본 척하고, 감독의 실험성이나 개성이 짙은 영화를 치켜 세우려는 경향이 강한 탓이다. 대부분의 영화제가 그러하지만 칸영화제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그만큼 위상이 높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어벤저스’나 ‘스타워즈’류의 미국식 오락영화는 칸에 발을 들이기가 어렵다. 미국영화 중에서는 ‘택시드라이버’, ‘지옥의 묵시록’, ‘펄프픽션’, ‘화씨911’ 등 13편이 수상작 명단에 들어있지만, 사회비판적 사색이나 비주류적 엽기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경우들이다.

칸영화제가 미국식 오락영화를 가볍게 보며 예술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유지하려 하지만, 정작 미국영화에 대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가장 많고, 심사위원이나 영화제 기간 동안의 VIP급 게스트 중에도 미국영화계의 인물들이 많은 것은 현실적으로 미국영화계의 파워를 배제할 수 없는 영화제 측의 고육책이다.

칸 영화제는 1939년에 시작하려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연기되다가 1946년에야 제1회를 시작했다. 그나마 1948-1950년 기간은 예산이 없어 행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이탈리아에서는 1932년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시작했다. 선동적인 권력자 무솔리니는 이탈리아 영화의 위상을 과시하고 영화인들의 이미지를 정치선전에 동원하려는 의도로 영화제를 창설했다. 베니스영화제에 대응하는 프랑스의 전략으로 구상한 것이 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통상 영화계에서는 3개국 이상에서 영화나 영화인이 참가하면 ‘국제영화제’의 최소한 면모를 갖췄다고 본다. 그래도 비중 있는 영화제라면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공인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FIAPF가 공인하는 국제영화제는 경쟁극영화영화제(14), 경쟁특성화영화제(28), 비경쟁극영화영화제(4), 다큐멘터리/단편영화제(5) 등 4개의 영역으로 구분하며 현재 51개에 이른다.

역사적으로 영화의 큰 흐름은 관객을 위해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려는 오락적 경향과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의 예술적 취향을 추종하려는 ‘예술 영화’로 나뉘어 왔다. 오락적 경향을 강조하는 영화 흐름을 대표하는 것이 미국영화 이른바 ‘헐리우드 오락영화’이며 영화산업과 연결된다.

예술영화의 흐름을 대변하는 것이 프랑스 식 ‘예술로서의 영화’ 인식이다. 영화의 종주국임을 자부하면서도 미국영화의 산업적 에너지에 밀리던 프랑스 영화계가 방패처럼 앞세운 것이 ‘예술성’인 셈이다. 산업은 수치로 환산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예술성은 크기도 무게도 가늠하기 어렵고 기준이나 평가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계량화가 불가능하다. 숫자를 대입하고 크기를 가늠하려 하면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려는 무지하고 탐욕스러운’ 장사꾼 취급을 하려한다. 칸은 그같은 영화 경향을 대표하는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칸영화제가 ‘기생충’을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은 사회계층 간에 존재하는 계급적 차별성과 잔혹성을 독특한 스타일로 묘사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일 터이다. 국내 흥행에서 웬만한 상업영화 이상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는 ‘우리가 흥행영화를 고른 것은 아닌데’라고 할지 ‘칸영화도 관객의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고 할지 궁금하다. 지난 5월 30일에 상영을 시작한 ‘기생충’은 한달을 넘긴 7월 1일 현재 961만 7천157명의 관객을 불러 들였다. 1천만 관객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칸영화제의 최고상을 수상하는 한국영화의 수준도 놀랍지만, 그것을 상업영화같은 흥행대박으로 만드는 한국 관객의 열정은 더 놀랍다. 칸영화제의 예술성을 미국식 흥행으로 둔갑시키는 놀라운 마술이 현재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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