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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가짜뉴스 규제와 인간의 본성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가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번 법무부 장관의 후보자 검증 사태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가짜뉴스를 양산해냈다. 가짜뉴스로 인해 나라가 절단나게 생겼다. 시급하고도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언론)학자와 시민단체는 정부가 규제에 나서면 안 되고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제 전범의 상징인 ‘욱일기’ 마저도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용인될 만큼 절대적인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규제해야 할까, 자율에 맡겨야 할까? 이것은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인간의 본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길러지는 것일까? 동물들은 종(種)에 따라 동일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 유전적으로 보면 현생 인류도 포유류의 한 종으로서 동일한 습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문화라는 측면에서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언어를 사용하며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들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왜 그럴까? 말과 행동은 그 사람의 본성을 드러낸다. 본성의 정체는 뇌다. 뇌는 사람의 본성을 형성함으로써 생각과 말과 행동을 주재한다.

공자는 사람의 본성이 서로 비슷하지만, 배우고 실천하는 가운데 서로 멀어지는 것이라고 했다(性相近也, 習相遠也). 공자가 평생 성실하게 배우고 실천하는 가운데 터득한 지혜다. 인간의 본성은 태어날 때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성장하면서 배우고 실천하는 가운데 달라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결정하는 것은 1차적으로 유전자다. 부모로부터 절반씩 물려받은 유전자가 기본적으로 아이의 본성을 형성한다. 본성을 대표하는 갓난아이의 뇌는 아직 미완성이다. 본능적인 생명활동인 신진대사를 담당하는 뇌간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가운데 점차 자라면서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 그리고 생각을 담당하는 대뇌가 성장하게 된다.

사람의 뇌는 갓난아이의 400g으로 시작해서 6~7세가 되면 성인의 뇌인 1천400g으로 성장한다. 이 시기에 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고 배우는 게 뇌에 강렬하게 기억됨으로써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 이후 12~13세까지 기본적인 품성이 완성된 후 17~18세까지 기간 동안 사회성이 형성된다.

교육과정을 마친 후로는 미디어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각자의 뇌는 열린 시스템으로서 지속적으로 건강한 정보와 새로운 지식을 공급함으로써 나날이 진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뇌에 저장되고 축적된 정보는 새롭게 유입된 정보에 대한 판단과 행동의 지침이 된다.

배우고 실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가짜뉴스에 중독되어 살다보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삶 자체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젊은 나이에도 소위 태극기집회에 나갈 수 있고, 노년이 되어서도 촛불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법이다.

일본인들은 ‘혐한’으로 표현되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혐오한다. 왜 그럴까?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을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고,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 언론은 그것을 강화시킴으로써 확신을 갖게 만든다. 이것이 일본인들의 본성이다. 물론 교육과 미디어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 사람들의 본성은 이들과 다르다.

마찬가지로 독재정권 시절에 박제된 교육과 통제된 언론 환경에서 성장한 지금의 60대 이상 노인들의 본성과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586 세대의 본성이 다르고, 개방된 교육과 인터넷 환경에서 성장한 20~30대의 본성이 다르다.

건강한 뉴스와 검증된 정보가 인간의 본성을 바르고 선하게 만드는 법이다. 자율은 오랜 기간을 두고 실천해야 할 과제다. 당장에 가짜뉴스가 인간의 본성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마당에 자율에만 기댈 수는 없다. 자율은 자율대로 노력해야겠지만 법의 강제력을 동원한 가짜뉴스 규제는 불가피하다. 인간의 본성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性)와 문화(習)다. 공자의 말씀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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