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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을에 선비가 살았다.

평소 성품이 온화하고 크게 욕심이 없어 세인의 칭송을 받았다. 그는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오직 책을 가까이하고 글쓰기에 매진했다. 그 작은 고을에서 명문가로 칭송이 자자했지만, 본래 사람이란 그 재주가 뛰어나면 그 인품이 모자라기 마련이다.

특별히 그는 새를 좋아했다. 주야로 새총을 들고 산천을 헤매 돌며 새잡이에 정성을 다했다. 비록 그가 손에 든 도구는 원시적이었으나 간혹 눈먼 새가 그의 수중에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잡은 새를 반드시 새장에 가두고 홀로 즐기기를 좋아했다. 그들 새 중에서도 유난히 색깔이 밝고 벼슬이 오뚝한 새가 있었다.

이름하여 그 새를 팔색조라 불렀다. 팔색조는 조롱 속에서 얼마간 퍼덕이다가 어느새 그의 손길을 그리워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정성을 다하여 이 새에게 먹이를 주고 수시로 물까지 대령했다.

새는 이제 그에게 충실했고 그는 그 새를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마땅히 있어야 할 조롱 속의 팔색조가 무슨 연유인지 날아가고 없었다.

선비는 날아간 새를 생각해 식음을 전폐하고 슬피 울었다. 그의 호곡 소리가 이웃까지 알려져 마을 촌장이 그를 찾게 됐다.

“자네가 슬피 우는 소리로 이웃이 잠들지 못한다고 하니, 그 연유가 무엇인고?”

촌장의 물음에 선비는 눈물을 거두고 그 사연을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촌장이 큰소리로 선비에게 말했다.

“참으로 옹졸하도다. 어찌 사내대장부가 새 한 마리로 그렇게 울고 앉았느냐? 당장 삽짝문을 열고 나가봐라. 새는 지천으로 깔려 있다. 자네의 손재주가 뛰어나니 그중 한 마리를 대신 잡아들이면 될 일이 아닌가?”

울고 있던 선비가 탄식하며 말했다.

“그 새는 팔색조이었소이다. 나 이제 어디에 가서 그런 팔색조를 잡으리오”

촌장이 그런 선비를 타일러 말했다.

“한 번 새장 속에서 날아간 새는 생각하지 말게나. 한 번 날아간 새는 자네가 아무리 울부짖어도 돌아오지 않는 법이네. 자네가 어찌 그 명명백백한 원리를 모르는가? 흐르는 물과 새장 속을 빠져나간 새는 돌아오지 않는 법일세”

이에 선비가 말했다.

“하지만 그 새는 소인이 주는 먹이로 끼니를 대신하였고, 비록 그 날개가 있다하나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새입니다”

“걱정도 팔자라더니 바로 그대를 두고 한 말이로다. 비록 그 새가 새장 속에 살기에 익숙하였다지만 곧 그 본성을 찾을 것이네. 새는 허공을 날아 수목의 먹이를 잡는 것을 타고났거늘 자네가 어찌 날아간 새를 두고 걱정을 하는가?”

이에 선비가 물었다.

“그럼 그 새는 어디로 갔을까요?”

“자네가 출타하였다가 이 집으로 돌아와 절로 잠자리를 마련하듯이 그 새도 저 산천에서 깃들 자리를 능히 찾았을 것이네.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자네의 글짓기나 열심히 하게나”

촌장이 선비의 집을 떠나자 그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 새는 본래 새장이 그 집이 아니었다. 저 우거진 숲속이 제 집이 었거늘, 내가 오늘까지 헛된 생각을 하였구나.

이를 깨달은 선비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머지 새장 속의 새들도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이후 선비는 새장 생각을 멀리하고 오직 낮에는 김을 매고 밤에는 책 읽기에 골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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