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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황금돼지해 ASF

돼지는 좋은 이미지의 덕담이 많다. 먹성이 좋고 새끼를 많이 낳아 식복(食福)과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치부되곤 한다. 그래서 돼지해에 태어나면 복이 많다는 속설도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돼지는 이보다 고기로서 우리에게 유난히 친숙하다. 그 중에서도 삼겹살에 대한 편애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1905년 서양종돈이 들어온 뒤 불과 한 세기 만에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육류가 된 돼지고기, 조선시대만 해도 인기가 없었다. 1417년 5월 태종실록에는 ‘명나라 황제가 조선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니, 조선 사신에게 쇠고기와 양고기를 공급하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많이 기르지도 않았다. 1488년 조선을 방문했던 명나라 사신 동월(董越)이 쓴 조선부(朝鮮賦)에는 조선에서는 집에서 돼지를 기르지 않으며, 목축에는 염소를 볼 수 없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는 ‘본디 힘줄이 없으니 몹시 차고 풍병을 일으키며 해를 끼치니,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적고 있다. 비인기 육류의 설움을 톡톡히 당했던 셈이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돼지를 뜻하는 한자만도 20가지가 넘는다. 상형문자인 시(豕)는 제사용 돼지를 의미한다. 집 가(家)도 豕에서 유래했다. 옛날에는 돼지를 집에서 길렀기 때문이다. 돈(豚)은 가축으로서 돼지를 뜻 한다. 저(猪)는 주로 암퇘지나 멧돼지, 해(亥)는 12간지의 돼지다. 올해는 60년 만에 오는 황금돼지 해다. 그냥 돼지도 좋은데 황금돼지니 얼마나 더 좋을까. 그러나 사실 황금돼지는 없다. 12간지상 돼지해는 을해, 정해, 기해, 신해, 계해의 5가지로 모두 60년 만에 한번 돌아오며 색으로 나타내면 綠(을), 赤(정), 黃(기), 白(신), 黑(계)이니 굳이 따지자면 기해를 황색과 연관 지어 만들어낸 호사가들의 작명(作名)인 셈이다. 아무튼 황금돼지해에 어제 김포에서 13번째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오는등 경기북부지역이 초토화 되고 있다. 아직까지 감염경로조차 파악 못하고 있는 가운데 파죽지세로 번지는 ASF, 정부의 무능 대처에 양돈농가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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