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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망언망국(亡言亡國)

국민 참여형 국어사전 ‘우리말샘’의 지난 7월 기준 단어는 72만5천706개, 구(句)는 37만4천387개로, 모두 110만93개다. 하지만 ‘없는 말이 없는’ 우리말 사전이 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들 이야기 한다. 단어와 구의 접합 활용에 따라 의미가 무궁무진하게 변하는 한글의 위대함 때문이다.

오늘은 이런 한글의 새기는 한글날이다. 1926년 ‘가갸날’을 기반으로 1928년 제정됐다. 그러나 91년이 지나도록 매년 한글날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맞고 있다. 그나마 오늘 하루 너도나도 한글의 우수성을 칭송하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내일이면 까맣게들 잊고 사회 곳곳에서 한글파괴 경쟁을 벌일 것이 분명해서다. “감기 빨리 낳으세요” “일해라 절해라 마세요” “들은 예기가 있는데요”…. 일상 대화에서의 거슬리는 맞춤법 오류, 즉. ‘낳다’와 ‘낫다’를 구분 못 하고, ‘얘기’가 ‘예기’로 둔갑하는 건 애교에 속한다. 억지 단축어·신조어·비속어가 난무하는 SNS 글의 오류는 더 심하다. 어린이 독법 같은 어문 파괴 표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서다. 한자를 모르는 어린이가 ‘辛’(신)라면을 ‘푸’라면이라고 읽은 데서 시작됐다는 누리꾼들의 조어 제조는 접입가경이다. 스띠귀(스티커), 공71청정71(공기청정기)은 점잖은 표현에 속한다. 글자를 90도 회전하고 바꿔서 비버를 뜨또라고 하거나, 180도 뒤집어 눈물을 곡롬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모 라면회사는 이를 감안, 지난 2월 ‘괄도네넴띤’을 출시, 지금까지 1천만 개나 팔았고 한다. 외국어 같기도 한 이 상표는 ‘팔도비빔면’의 한글 자음과 모음을 글꼴이 비슷한 다른 자모로 바꿔 쓴 것인데 대박을 친것이다. 온라인상 보편화된 문법 파괴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내용이 아닐수 없다. 이런 표기를 일각에서는 야민정음, 초성체, 쓱어체라고들 한다.

한글이 홀대 받으며 세대 간의 소통 단절을 더 심하게 하고 어문법을 파괴하기도 하는 이같은 현실이 안타깝다. 주시경 선생은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의 일이 다 거칠어진다”며 “말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亡言亡國)”고 했는데.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