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1 (토)

  • -동두천 20.2℃
  • -강릉 20.9℃
  • 구름많음서울 22.5℃
  • 박무대전 24.0℃
  • 구름많음대구 23.1℃
  • 박무울산 22.1℃
  • 흐림광주 22.4℃
  • 박무부산 21.5℃
  • -고창 22.5℃
  • 박무제주 22.6℃
  • -강화 22.4℃
  • -보은 21.8℃
  • -금산 23.3℃
  • -강진군 22.4℃
  • -경주시 21.2℃
  • -거제 22.2℃
기상청 제공

[창룡문]은행의 계절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둔 지방자치단체들이 열매 처리에 고심이 깊다. 길가에 떨어진 열매가 밟혀 깨지면서 악취가 풍겨 민원이 자주 발생해서다. 전국의 가로수 중 은행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24%로 벚나무(25%) 다음으로 많다. 도내 도시지역은 30%를 웃돈다.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는 것은 성장이 빠르고 추위와 더위는 물론 대기오염에도 강하기 때문이었다. 이산화황 흡수력도 뛰어나다. 장점은 또 있다. 은행잎 속에는 모기 같은 해충을 쫓아주는 플라보노이드 등 각종 성분이 들어 있다. 은행 알은 우리에게 단백질과 비타민 공급원 역할도 해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단점도 있다. 은행 겉껍질 속의 옻 성분으로 인해 열매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가로수 은행나무를 다른 나무로 교체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하지만 모양은 악취 주범이라 가늠 하기 어렵다. 고상한 은빛 속살을 간직한 은행알은 자태가 고와서다. 한자 이름도 은(銀)자에다 살구와 비슷한 외형을 나타내는 행(杏)자를 붙여 모양과 걸맞는다. 그런가하면 많은 사람들이 노랗게 물든 은행잎에서 각별한 정취를 느낀다. 잎은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고 해서 압각(鴨脚)이라고도 부르는데 한때 혈관성장애 치료 물질이 많이 함유된것으로 알려져 사랑도 듬뿍 받았다. 원산지인 동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오래전부터 외국인들도 좋아 하는 나무가 됐다. 특히 독일인들은 그리움의 상징으로 여긴다. 대문호 괴테는 1815년에 “ 내 정원에 뿌리내린 이 나뭇잎에는/ 비밀스러운 의미가 담겨 있어/중략/ 둘로 나누어진 한 생명체인가/ 아니면 서로 어우러진 두 존재를/ 우리가 하나로 알고 있는 것일까/ 내가 하나이면서 둘임을.” 이라는‘은행나무 잎’이라는 시를 남겼을 정도다. 괴테가 66살 때 사랑에 빠진 30살 여인에게 시를 보내면서 두장의 은행잎도 편지에 동봉 했다고 하니 ‘은행잎은 곧 그리움’아라는 말이 실감난다. 아울러 노란 은행잎을 책갈피에 간직하던 우리네 과거시절이 새삼 생각난다.

가을 낭만과 그리움의 대명사 은행나무가 굴욕을 당하는 계절이 요즘이다. 물론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