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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세계유산, 보존과 활용의 간극

 

오래된 케케묵은 논제다. 보존 대 개발, 관리 대 활용. 세계유산을 둘러싼 흔한 논쟁이다.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미래 세대에 전달할만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있는 자연이나 문화를 보전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유산이다.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근 문화재청에서도 지난 7월 지정된 ‘한국의 서원’의 체계적 보존체계 구축을 위해 올해 안으로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이후 시행령을 마련해 5년 단위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대한 종합계획(문화재청)과 시행계획(지자체)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9개 서원을 통합 관리할 주체와 홍보와 활용방안을 포함한 통합관리체계를 2020년까지 마련하고, 안내판과 누리집, 홍보영상물, 해설사 양성 등도 통합해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문화재청의 보존·관리와 활용이라는 종합계획이 새삼 궁금하다. 보존·관리와 활용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의 인정받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미래 세대에 전승해야 한다는 인식은 꼭 필요하다.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세계유산의 문화와 관광이라는 융복합적 활용에 대해서 가치의 상실, 무대화된 고유성(staged authenticity), 상품화로 본질이 훼손되는 거 아닌지 우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세계유산의 단지 보존과 관리라는 전제는 생각해 볼 일이다. 도시 확장에 따라 세계유산은 시민의 생활권에 있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보존과 관리 중심의 유산은 인근 생활권의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과 지역공동화, 원도심으로 변화하는 등 긍정적 보다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한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가장 기본적인 문화유산의 관람료를 비교해보자. 수원 시정연구원의 연구결과다. 빅맥지수(Big Mac index, 빅맥가격 대비 평균 문화유산 입장료 비교)를 통해 해외와 우리나라의 관람료를 분석했다. 영국의 경우 평균 세계유산 관람료가 빅맥 가격의 7.11배, 터키 5.49배, 인도 4.01배, 프랑스 3.12배, 중국 1.84배, 일본 1.78배로 나타났으나, 우리나라는 0.51배로 나타났다. 해외 주요 문화유산의 최소 빅맥지수는 1.8배로 국내보다 훨씬 높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문화유산 관람료는 빅맥 햄버거 가격의 약 50% 수준이라는 것이다. 단지 관람료 수준으로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화유산 가치에 걸맞은 관람료 징수에 대한 필요성은 제기될 수 있다. 세계유산의 보존관점에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개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입장료 수준이 현저히 낮다. 무료개방의 필요성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유산을 유료에서 무료로 전환했다가 심각한 시설훼손행위(vandalism)와 쓰레기 무단방치, 세계유산과 부속시설 낙서 등으로 낭패를 본 해외사례도 있었다(다시 유료로 전환했음).

다른 나라의 세계유산 활용사례는 어떠한가? 물론 상황과 여건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살펴볼 만은 하다. 중국의 서호(西湖)는 세계유산뿐 아니라 대형오페라 공연장으로 유명하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인상서호(印象西湖) 공연이다. 서호를 공연장으로 주변시설과 실경을 활용하여 조명, 음향, 특수효과가 결합 된 작품이다. 지구촌 최대 수상공연으로 연간 30만 명이 관람하는 문화관광상품의 전형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바스(Bath) 또한 도시 전체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중 유럽전역의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시이다. 18세기 중세시대 영국 상류층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온천 휴양지를 보존, 활용하여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명소로 발전했다.

세계유산의 보존·관리와 활용은 어쩔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일방향 보다는 쌍방향적 사고가 필요하다. 보존·관리와 활용이라는 대립적인 사고보다는 어떠한 접근이 보다 유산의 고유한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