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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말모이’ 저자 장승욱이 쓴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라는 책에 수록된 ‘수염’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다. “수염은 ‘턱수염 수(鬚·beard)’자와 ‘구레나룻 염(髥·whiskers)’자를 합친 한자어다. ‘나룻’이라고도 하는 수염은 모양새에 따라 이름도 가지가지다. 짧고 숱이 적은 ‘가잠나룻’과 짧고 더부룩하게 많이 난 ‘텁석나룻’이 있고, 털이 많아서 험상궂게 보이는 ‘털수세’와 다보록하게 함부로 난 ‘다박나룻’이 있다. 그 밖에 코밑 양 옆 바깥 쪽으로 길게 뻗은 ‘가재수염’, 코밑에서 양쪽 옆으로 갈라져 끝이 위로 꼬부라진 ‘나비수염(카이저수염’이 있다.”

이런 수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의 상징물로 여겨져 왔다. 고대 이집트에선 오직 파라오만 수염을 길게 기를 수 있었다. 로마시대도 수염은 지배계층의 전유물로 여겼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권력의 정통성을 과시했다. 종교에서도 수염을 신성시 했다. 신이 내린 상징물로 생각해서다. 일부 이슬람국가에선 수염 기르는 것을 아예 법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유대인들도 수염을 절대 자르지 않는 관습을 지키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사회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시발은 1848년 프랑스의 2월혁명이다. 당시 노동자들은 선거권 쟁취를 위해 투쟁하면서 턱수염을 함께 길렀다. 그 이후 삭발과 수염은 저항의 아이콘이 됐다. 체 게바라나 카스트로의 수염은 바로 이런 반항의 상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같은 수염이지만 히틀러나 스탈린, 후세인의 수염은 다르게 불린다. 오직 콧수염만 기르는 독특함이 권위 혹은 권력을 상징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으로 ‘존 볼턴’을 처음 추천받았을 때 ‘콧수염이 문제’라며 중용을 거부한 이유도 이런 연유라 지적한바 있다.

그런 미국 언론이 이번엔 해리스 미국 대사의 콧수염을 거론했다. ‘일제총독’을 연상시키는 ‘고압적인 느낌’ 이라며 한국민의 반감을 사고 있다고 전한 것이다. 그동안 쏟아낸 남·북·미 관련 그의 강경 발언을 볼 때 일본계 미국인이라서 촉발된 논란만은 아닌 듯 싶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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