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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우리 사회 ‘사고의 충돌’ 유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속도의 충돌>을 언급하고 있다. 기업이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마일로 질주하고 있을 때 시민단체가 90마일로 뒤따르고, 그 뒤를 가족이 60마일, 노동조합이 30마일, 정부 관료조직이 25마일, 학교가 10마일, 정치조직이 3마일로 주행하고 있다고 설정하고 있다. 기업이 가장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비해 다른 분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속도의 충돌을 야기함으로써 경제발전의 저해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속도의 충돌>이 아니라 <사고의 충돌>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사고의 충돌>이야말로 <속도의 충돌>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로서 우리 사회 전반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념대립을 예 들어보자. 우파로 대별되는 보수주의자 대 좌파로 대별되는 진보주의자 간의 갈등이 도를 넘고 있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분파와 갈등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처럼 극심한 대립 속에서 극한으로 치닫는 경우는 흔치않다.

사색당쟁의 뿌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반들이 모이기만 하면 남인, 북인, 노론, 소론 등 사색당파로 갈리고 족벌, 향벌, 문벌 등으로 파당을 이루었다. 심지어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에서도 한쪽이 찬성하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반대했다. 선조 때 조선통신사의 상반된 보고가 그러하다. 정사 황윤길은 “왜적은 반드시 침범할 것이오니 대비책을 마련하심이 옳을 듯하옵니다.” 라고 보고한 반면에 부사 김성일은 “전하, 일본에서 그런 정황을 보지 못했으니 걱정할 일이 아니라 사료되옵니다.” 라고 상반된 보고를 함으로써 붕당정치가 임진왜란이라는 국란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지금 대한민국은 붕당정치의 망령들이 횡행하고 있으며 나라를 또다시 분열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국민 누구나 자기의 의견을 말할 수 있으며 논쟁할 수 있다. 백가쟁명이란 말이 있듯이 정치인들도 자기의 주장을 자유롭게 발표하고 논쟁하고 토론할 수 있다.

토론은 틀림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판단을 청중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는 논쟁 속에 틀림만 있고 다름이 없다. 나는 무조건 옳고 상대방은 옳지 않다는 생각은 곤란하다.

‘다름’과 ‘틀림’은 같지 않다는 의미에서는 유사한 말이지만 그 쓰임새는 다르다. 예컨대 노란 꽃과 빨간 꽃은 다르지만 노란 꽃을 빨간 꽃이라고 하면 틀리다. 다름은 그것이 아니어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많은 반면, 틀림은 반드시 수정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은 개념이다. 이처럼 다름과 틀림은 분명히 그 쓰임새가 다르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그 의미가 별로 구별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있는 타성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분법적 사고는 여러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의 가능성에 한정하여 사고하는 오류이다. 다양한 의견을 무시하고 단지 두 가지 의견으로만 그 범위를 단순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획일화된 가치를 적용해 서로에게 강요하기보다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진취적 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름과 틀림은 달리 쓰여야 할 뿐 아니라 달리 적용되어져야 할 개념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바탕위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상생의 발전을 도모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사고의 충돌’을 점차 줄이기 위해서는 정치집단만 탓할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다름의 철학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학습기에 있는 청소년부터 학교 교육에서 체득시켜 나아가야 할 중요한 교수요목이라 여겨진다. 다행히 근래 학교에서도 토론 수업이 활성화 되고 있어 밝은 전망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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