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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오늘 개봉

한국영화사상 최고 제작비인 1백10억원(마케팅비 포함)을 지난 3년 간 쏟아 붓고, 또 개봉이 수 차례 연기되면서 충무로에 악성루머가 퍼졌던 영화.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제작 기획시대)이 오늘 전국에 상륙한다.
'성냥팔이…'은 컴퓨터 게임을 소재로 현실과 가상현실을 넘나들면서 얘기가 펼쳐진다.
이난영의 간드러진 목소리에 실린 '목포의 눈물'이 흐르는 가운데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소녀가 일회용 라이터를 사달라고 호소한다. 거듭되는 외면과 냉대에 지쳐버린 소녀는 라이터의 부탄가스에 취해 행복하게 숨을 거둔다. 따뜻한 꿈을 꾸면서 얼어죽는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와 같은 영화의 타이틀 화면은 작품 전체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장 감독의 의중을 담고 있다.
게임에 거의 미쳐서 살아가는 중국집 배달원 주(김현성)는 게임방의 아르바이트생 희미(임은경)에게도 푹 빠져있다.
어느날 희미를 닮은 소녀에게 라이터를 산 주는 무심코 라이터에 새겨진 번호로 전화를 걸게된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접속하시겠습니까?"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주는 희미를 떠올리며 접속을 한다. 게임의 목적은 납치와 살해위험에 빠진 성냥팔이 소녀를 구해낸 뒤 행복한 죽음을 맞게 하는 것.
게임 속 가상현실 속에서 주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싸워야 한다. 점차 게임 레벨이 올라가면서 액션의 강도와 긴장감이 높아지고, 겁에 질린 채 난투극과 총격전을 지켜보던 주도 기관총을 난사하기 시작한다.
문제가 발생했다. 주가 게임의 규칙을 어기고 희미(성냥팔이 소녀)와 완전한 사랑을 이루려 하자 이를 눈치챈 시스템 운영자들이 주를 바이러스로 간주하고 제거에 나선 것.
장 감독은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곳곳에서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라이터를 사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차별로 총을 난사하는 라이터 소녀는 자신의 이익만 챙기기 바빠 이웃과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질타하는 듯 하다.
또 주가 소녀를 구하려고 컴퓨터 시스템에 접속하는 순간 보이는 금강경의 한 구절인 '약견제상 즉견여래(모든 모습이 모습이 아님을 본다면 본디 그러한 모습을 보리라)'에서 철학이 느껴진다.
이밖에 장 감독은 장자가 나비가 됐다가 나비가 장자가 되는 호접몽의 고사, 나비의 날개짓이 폭풍을 만들어 낸다는 카오스 이론, 그리고 성경의 요한계시록 등 동서양 고전의 상징과 첨단 게임을 교묘히 접목시켜 영화를 한층 심오한 경지로 상승시킨다.
이 영화의 특별함은 결말에서도 볼 수 있다. 장 감독은 두 가지 버전의 결말을 제시했다. 게이머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게임의 멀티 엔딩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한편 '성냥팔이…'는 화려한 액션, 정교한 그래픽 등이 눈에 띄는 반면 빈번하게 뜨는 자막(게임 설명을 위한)이 몰입을 방해한다. 라이터 소녀과 주를 둘러싼 주변 인물의 관계 또한 모호하다. 그리고 벽타고 뛰기나 날아가는 총알을 정지한 것처럼 보여주는 장면 등은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5분.
이혜진기자 lhj@kg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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