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2 (수)

  • 맑음동두천 19.1℃
  • 맑음강릉 14.4℃
  • 맑음서울 20.2℃
  • 맑음대전 18.8℃
  • 구름조금대구 15.0℃
  • 구름조금울산 12.9℃
  • 구름조금광주 19.5℃
  • 구름조금부산 16.2℃
  • 구름많음고창 ℃
  • 흐림제주 18.8℃
  • 맑음강화 15.6℃
  • 맑음보은 15.4℃
  • 구름조금금산 17.8℃
  • 맑음강진군 16.3℃
  • 구름조금경주시 12.2℃
  • 구름조금거제 16.2℃
기상청 제공

[교육현장에서]코로나 시대의 교실

 

늦은 밤 횡단 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내 주변과 길 건너편까지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낀 채 서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라 갸우뚱하다가 곧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의 도입부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공기질 악화로 거리를 다닐 때 방독면이나 마스크가 필수 아이템이었다. 감독은 아바타 속 시대 배경을 2154년으로 설정하여 손자의 손자 세대의 망가진 지구 풍경을 묘사했다. 영화를 볼 땐 내가 죽고 사라진 150년쯤 뒤에나 방독면과 마스크가 일상이 될 거라 상상했지, 고작 10년 뒤 바이러스 탓에 아바타의 거리 풍경이 현실에서 재현될 줄 몰랐다.


코로나가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거시경제 구조까지 바꾸는 중이다. 학교도 처음 맞이하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 온라인 수업, 홀짝 등교, 비말이 튈 수 있는 교육 활동 금지, 친구와 신체 접촉 금지, 급식 시간 대화 금지처럼 이전에 없던 모습이 일상이 되어간다. 코로나 시대의 교실은 어떤 모습인지 하루를 들여다보자.


아침시간, 개학하자마자 이별하는 아이들. “여러분 우리 어쩌면 올해 안에 다시 못 만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친구들과 미리 인사해 둡시다.” 어렵에 이뤄진 등교 개학식 날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시켰다. 처음이라 우리반 전체가 등교했지만 앞으로는 출석번호 홀수, 짝수에 따라 등교 요일이 달라진다. 같은 반이어도 번호에 따라서 친구와 못 만난다. 현재는 1학기 말까지 홀짝 등교가 예정되어 있는데 코로나 상황에 따라서 2학기 전 기간으로 확대될 수 있다.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만나서 신나게 떠들던 11살 아이들의 표정이 내 이야기에 일순간 어두워졌다. 홀수, 짝수 명단을 확인하고 몇 몇은 안도의 한숨을 또 다른 몇 명은 시무룩해졌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말에 코로나는 언제쯤 끝나는 거냐는 물음이 돌아왔다. 우리가 위생 수칙을 잘 지켜야 코로나가 끝날 거라는 교과서 같은 대답만 할 수 있어 답답했다.


수업시간, 비말이 튈 수 있는 모든 교육 활동 금지.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마스크를 내리지 않는게 교실 제 1원칙이라 기악, 가창 수업이 감상 수업으로 바뀌었다. 초등학교에서는 기악 수업으로 리코더나 단소 같은 관악기를 주로 다룬다. 악기를 불 때 침이 튀어서 아이들끼리 다툼이 많이 일어난다. 이런 상황이라 악기 수업이 전부 온라인 수업으로 빠졌다. 가창 수업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 됐다. 마스크가 비말을 100퍼센트 차단하지 못해서 노래는 금지다.


대다수의 과목에서 이루어지던 조별 활동도 사라졌다. 모여서 대화를 할 수 없기에 개인 활동 위주의 수업이 진행된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집중 시간은 5분 남짓이다. 예전에는 그 시간 동안 교사가 학습 내용을 설명한 다음 조별로 모여서 프로젝트형 과제를 수행했다. 지금은 교사가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까지는 똑같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별 다른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옆사람에게 말을 못 걸면 아이들이 금세 지루함을 느낀다. 수업시간에 잘하던 애들보다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절간에 온듯한 조용함. 평소 같으면 온갖 괴성과 비명이 난무하는 쉬는시간이 조용하다. 화장실에 빠르게 다녀와서 책을 읽거나 자기 자리에 앉은 채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교실 바닥에서 레슬링을 주로 하던 아이들도 멀찌감치서 대화를 나눈다. 친구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해서는 안되고, 자신의 의자 밖 공간에서는 2m 거리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교실 풍경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하루 빨리 아이들이 즐겁게 떠들 수 있는 교실이 돌아왔으면 한다. 조용하고 절간 같은 교실보다는 조금 시끄러워도 활기찬 교실이 좋다. 홀수, 짝수 아이들의 견우, 직녀 생활이 어서 끝나기를 기도해본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