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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 노년의 한 단편 - 치매

 

한의원 문이 열리고 어머니와 아들이 들어온다. 어머니는 많이 말랐다. 처음 보았던 2년전 여름에 비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1년전에 비해 더욱 그렇다. 보자마자 안쓰러운 마음이 올라온다. 그렇게 70대 후반의 어머니와 50대 초반의 아들은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다정하게 쇼파에 앉는다. 


아들의 설명이 이어진다. 처음 내원시도 넘어져서 갈비뼈 골절과 척추의 압박골절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도 또 여러번 넘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같이 진행된 치매증상으로 양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는데 인지증상은 나아지지 않아 외출을 하면 집을 찾지 못해서 헤메인다. 기억장애는 진행중이다. 골다공증도 심한데 여러번 넘어져 반복된 골절 끝에 올해 초에 수술을 했는데 계속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당최 영양이 채워져야 회복이 시작될텐데 무엇보다도 도통 먹지를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영양공급이 시급하다. 뇌의 신경전달물질도 뇌세포도 근육도 인대도 단백질 지방 등을 포함한 각종 영양소로 만들어지고 유지가 되는데 영양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의 효율을 높인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원래 식사량이 많지 않았지만 안그래도 앙상한 체형에 살이 더 빠지고 있는 이유는 식욕이 없고 소화도 안되어 안먹어서 인데 큰 이유중의 하나가 치매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양약의 오심, 구토 등의 소화기 부작용이다. 이를 설명하며 진단후 쇠하여 있는 기혈의 회복을 돕는 흡수가 좋은 고제(약제를 미세하게 분쇄하거나 즙을 내어서 오래 끓여 졸인 약물) 형태 보약을 처방하여 전신의 기혈의 회복과 위장기능개선을 촉진하고 소화를 돕는다. 그리고 음식섭취량이 늘었을 때 소화를 도울수 있는 연조엑스형태의 소화제를 같이 처방한다. 


3주 가량을 일주일의 두세번의 침과 한약으로 치료중인데 식욕이 조금씩 나아져 저녁마다 출출하다고 음식을 찾는다고 아들이 말한다. 얼굴이 환하다.


치매는 급속히 고령화 되고 있는 사회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질병중의 하나다. 특히 한국의 고령화의 속도는 가파르고 이에 따라 발병인구의 증가속도도 빠르다. 2019년 65세 이상의 유병률은 10.29%로, 10명중 한명이, 85세이상은 38.58%로 10명중 4명이 치매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2천억 원을 투여해 치매국가책임제로 국가 돌봄을 선언하고 전국에 치매안심병원, 치매지원센터, 안심센터 확대설치 등 정책을 시행중이다. 


현재 치매(주요인지장애)에 치료제로 쓰이는 인지기능개선제는 투약 1년 이후의 장기적인 치료연구에서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을 따름이라고 한다. 예방이 최선이다.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가성치매를 유발하는 우울증의 관리가 국가적으로 중요하지만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표준화된 치료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우울과 인지기능의 저하를 함께 겪는 노인에 대한 투약 문제는 여전히 논란에 있다. 


한편 최근 2016년부터 4년간 서울시에서 서울시한의사회와 함께 어르신 노인건강시범사업으로 65세 이상의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에게 한약과 침치료 등을 적용하고 있다. 2018년의 사업평가에서 치매지식, 치매태도, 치매실천, 혈쇠척도에 대한 개선 정도를 평가한 결과에서 치매지식수준은 7.86점에서 9.09점으로, 치매태도 수준은 27.27점에서 29.72점으로, 치매실천 수준은 34.56점에서 37.83점으로 높아졌으며 혈쇠척도는 3.39점에서 2.50점으로 개선됐다. 참여자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9.27점(10점 59.6%, 8점 이상 92.8%)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한다. 


문득 깨어보니 선물같이 주어진 인생이 한 줌 남아있다. 그 여정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이들을 알아보고 대화를 나누고 추억하고,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당연하지 않게 될 때의 슬픔과 고통은 헤아릴 수 없다. 그 또한 삶의 속성이지만 인간이 단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말고 무엇이 있을까?  


그 길에서 한의학과 의학의 모든 지혜는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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