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창룡문]100字 원고지 언론인

1968년 초등학생들은 2장에 1원하는 원고지 4장을 학교 앞 문방구에서 구매해 국어시간에 글짓기를 했다. 띄어쓰기를 할때마다 빈칸이 아까웠고, 그냥 종이에 쓰면 더 많이 글씨를 쓸 수 있는데 원고지는 비싸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200자 원고지인데 실제로 쓴 글자는 180자가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억지로 채우기 위해 마지막 글을 키워 다음 줄에 2자정도 걸치게 문장을 늘렸던 기억이 난다.


1988년 경기도청 공보실에서 공무원 7급으로 잔심부름을 했다. 한 달에 한 번은 100자 원고지를 기자실 창쪽에 수북히 쌓았다. 출입기자들이 원하는 만큼 원고지를 가져가서 기사를 쓰고 완성된 원고를 본사에 팩스로 보냈다. 지르륵 하면서 원고지가 기계에 빨려들어가면 잠시후 신문사 정치부에 원고 복사본이 도달하고 데스크 보는 선배차장이 원고를 검토한 후 편집부로 넘기면 편집부에서 면을 잡아 기사를 완성한단다. ‘매킨토시’라고 미국 애플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신문을 편집했던 시기다. 이전까지 문선공이 활자를 뽑아서 납판을 만들어 철판에 끼우고 나사로 조여서 인쇄를 하던 시절에 비할 바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도 고급기술자들만이 운영할 수 있는 어려운 인쇄과정이었다.


이제 2020년은 인터넷과 IT의 시대이고 원고지에 쓰지 않고 팩스도 없이 종이신문이 나오고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보내고 보는 시대다. 그래서 이곳을 정보의 바다라 한다. 정보의 파도속에서 서핑을 하는 기분으로 모바일로 기사를 본다. 하지만 기사의 경중을 가리기 어렵다.


그러니 독립신문(獨立新聞)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넓은 종이신문으로 기사를 보고 싶다. 편집회의 만큼이나 무거운 ‘행간의 의미’를 느끼는 신문이어야 한다. 200년 명품 바이올린 같은 무게감으로 파피루스(papyrus,이집트 종이)에 찍힌 클라식(classic)한 종이신문 기사를 보는 기쁨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그냥 구워낸 도자기가 아니라 장인(匠人)이 빚고 송진 소나무 장작으로 3일동안 900도 열기로 구워낸 도자기 같은 그런 제목과 기사문, 그리고 짜임새가 강화 화문석 같은 한올한자 정성을 다한 마무리 글을 읽어보고 싶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