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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정조가 입었던 황금갑주 복원이 필요한 이유

 

해마다 열리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는 행렬이다. 서울~수원~화성을 이으며 222년 만에 최초로 애민(愛民)의 길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총거리 59.2㎞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대 왕실 재현 퍼레이드다. 9개 지자체가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물론 국가적 프로젝트로 키워낼 희망을 보여줬다. 수도권을 하나로 연결하여 원형재현이 완벽하게 이뤄진 것도 뜻이 깊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의거 처음으로 서울 창덕궁을 출발하여 수원화성을 거쳐 화성 융릉까지 진행됐다. 연도에 꽉 찬 시민들이 연호했다. 역사의 문을 새로 여는 완결판 왕실 재현 대형거리축제다. 문화축제는 시민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시민 참여를 이끈다. 전통과 문화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게 한다. 좋은 축제는 시민과 관광객의 눈과 귀를 붙들어 놓는다. 전통과 문화를 한껏 살려 지역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정조의 화성원행은 반차도와 능행도가 전하듯 화려하기 그지없는 행차였다. 정조는 돈화문 앞에서 융복(戎服)을 입고 말을 타고 출발했다. 한강 배다리를 건너 노량행궁에서 군복(軍服)으로 갈아입었다. 시흥행궁, 사근참행궁(지금의 의왕), 미륵현(수원 지지대고개)을 거쳐 진목정(만석거 부근)에 도착했다. 총리대신 채제공이 길 왼편에서 어가를 맞이했다. 장용영 외영의 친군위(親軍衛)는 길에 늘어서서 어가를 맞이하며 고취를 연주하고 여령(女伶, 기생)이 나와서 대기했다. 행렬은 장안문을 몇 리 남겨놓았다. 이 때 정조가 병조판서 심환지에게 명을 내렸다. “어가가 화성 성문에 도착하면 군문(軍門)에 들어가는 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니 경은 여러 장신(將臣)이 있는 영접소에 먼저 가 있으라”고 하였다.


정조가 갑옷과 투구를 갈아입고 장안문으로 들어가니 여러 장신과 화성유수 조심태가 장관 이하를 인솔하여 길 왼편에서 무릎을 꿇고 영접했다. 8일간의 수원화성행차를 간단히 설명한 대목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장안문으로 들어갈 때 정조가 입은 갑주(甲胄)다. 갑주는 갑옷와 투구를 함께 일컫는 말이다. 장갑(裝甲)이라고도 한다. 날붙이나 사출무늬가 신체에 접촉하는 것을 막아준다. 정조가 실제로 착용했던 것으로 여겨진 황금갑주가 온양민속박물관에 수장되어 있다. 갑옷과 투구뿐만 아니라 그것을 넣어 보관하였던 갑주함까지 온전하게 보존되어있다. 사료가치가 매우 높아 충청남도 민속자료로 지정됐다.


육탄전을 벌이던 옛 전투에서 칼이나 화살을 막아내는 갑옷과 투구는 장수의 필수품이었다. 실전에 사용하지 않는 갑옷도 있었다. 갑주는 조선후기에 나타난 두정감의 일종이다. 두정감이란 물고기의 비늘 같은 쇠나 가죽조각을 의복 안에 대고 머리가 둥근 쇠못으로 고정시킨 형태의 갑옷이다. 하지만 정조의 황금갑주는 이러한 미늘이 붙어 있지 않다. 구름무늬가 있는 비단을 안감으로 하고 붉은 융을 겉감으로 댄 화려한 옷이다. 두정역시 금도금이 되어 있다. 정조가 입은 갑주는 비단으로 멋을 낸 의례용이다. 방어 기능이 없다. 어깨에는 용 문양 견장을 달아 임금의 갑옷임을 나타냈다. 투구는 무쇠에 은입사(銀入絲)로 당초문양을 새겼다. 용과 봉황을 대칭으로 장식해 왕의 권위를 드러냈다.


당시 조선의 왕도 군통수권자임을 상징하는 금감을 입었다. 보존상태가 좋은 왕의 갑주가 남아 있는 것은 현재 온양민속박물관이 유일하다. 빛깔이 바래거나 좀이 먹고 녹이 슬기 쉬운 갑주는 보존이 까다롭다. 진품은  항습시설이 완벽한 수장고에 있다. 복식연구가에 의해 복원된 갑주가 전시되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복식은 그 시대를 알린다. 정조의 도시, 수원에도 복원된 황금갑주가 갖춰져야 한다. 국내에서 황금갑주를 복원할 수 있는 전문가도 연로한 복식연구가 몇 분만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원하는데 1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늦기 전에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이 나서야 할 이유다.


시민과 관광객,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교육 자료로서도 필요하다. 더욱이 무형문화유산을 추진하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에도 활용돼야 한다. 비록 복제된 황금갑주라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 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재위 20년이 되는 을묘년, 그 때 펼쳐진 조선 건국 이래 가장 화려한 퍼레이드에 정조가 입었던 황금갑주의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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