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고교 교사 절반 이상이 고교학점제 등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늘어나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작용을 해소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전교조는 지난달 15∼21일 고교 교사 조합원 1천387명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희망과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시범 실시를 거쳐 2025년에 전면 도입된다.
우선 이 제도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54.9%가 반대 의견을 냈다.
교사들은 반대 이유로 '대입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31.2%)는 점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진로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학생들이 많고 선택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25.6%)는 의견도 많았다.
찬성 이유로는 '다양한 학생들의 관심사와 교육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할 필요성 증가'(35.4%)를 택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과목 이수 기준으로 제시된 출석률(3분의 2)과 학업성취율(40% 이상)이 적합하냐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를 합쳐 63.5%로 집계됐다.
다만, '현재 일반고 학생의 경우 학업 성취율 40% 이하인 경우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73.8%가 동의했고, 보충 프로그램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교별, 학생별 교육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는 각 87.4%와 83.0%가 우려를 표했다.
고교학점제와 연계된 대학입시 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의견이 69.9%였다.
전교조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봤을 때 고교학점제를 전면 실시하기 전에 보완책 마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과목 선택권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성적에 대한 걱정 없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학습량 감축과 학업중단 학생에 대한 대책 등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고교학점제 도입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