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시론] 그린 뉴딜(Green New-Deal)이 또 다른 플라스틱 프리(Plastic-free) 선언이 되지 않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 손산
  • 등록 2020.08.05 06:00:00
  • 16면

 

플라스틱 빨대로 인해 죽은 거북이 사진 한 장이 던진 반향은 컸다. 너도나도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하며 플라스틱으로 만든 텀블러 사진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언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느새 플라스틱 프리 선언은 가장 힙한 지구적인 유행이 되어 버렸다.

 

좋은 일이다. 좋은 일이긴 한데,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과연 우리는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할 수 있을까? 이렇게 회의적으로 묻는 까닭은 플라스틱이 만들어진 배경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러닉하게도 현재 거북이를 죽인다는 플라스틱은 코끼리와 거북이를 살리기 위해 발명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인 1800년대 중반의 일이다. 당시 미국에선 당구가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당구에 필수적인 당구공은 전량 상아로 만들어졌다. 당구공뿐만이 아니었다. 피아노 건반, 체스말 등 상아에 대한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거북이 등껍질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아직도 귀갑이라는 이름으로 고급 안경테 등에 사용되고 있으니, 당시엔 두말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상아와 거북이 등껍질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사람들은 이 두 동물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이를 보다 못한 뉴욕의 당구공 회사가 1863년, 상아 대체물 발명에 당시 돈 10,000달러를 상금으로 내걸었다. 그렇게 발명된 것이 플라스틱이었다. 플라스틱의 발명은 지금도 그렇지만 가히 혁명적이었다. 플라스틱으로 인해 인류는 난생처음으로 나무, 금속, 뿔 등과 같은 자연이 제공하는 소재를 벋어나게 된다. 고무와 동물성 수지인 쉘락(schellac)으로 만들던, 덕분에 시간이 지나면 불안했던 전깃줄도 플라스틱 덕분에 안전하게 바꿨다. 플라스틱은 식품 위생에서부터 의복, 의료,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다. 플라스틱은 글자그대로 미래의 상징이었다. (플라스틱은 졸업이라는 영화 속 더스틴 호프만에게 미래를 보여주던 단어였다.)

 

하지만 인류에게 편리함과 영원을 약속했던 플라스틱의 영화는 바로 그 편리함과 영원함 때문에 그리 오래가지 못하게 되었다. 대량 생산과 영원을 약속했던 플라스틱은 100년도 못가 싸구려를 넘어 환경 파괴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컴퓨터 없는 현재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현재의 우리에게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는 있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는 그런 것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그린 뉴딜은 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을까? 정부 발표에 따르면, 그린 뉴딜은 현재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등 저탄소 경제구조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읽는 사람에 따라 방점은 다르겠지만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뉴딜이라 부르는 것을 보면 정책의 방점은 일자리 창출에 찍혀 있는 듯하다.

 

세부적으로도 그린 뉴딜은 발전·산업·건물·수송·지역거점·기타 등 6개 분야 23개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이번 3차 추경에 반영된 그린 뉴딜 관련 예산은 태양광(1500억원), 풍력(1조원) 수준의 발전 설비 확대를 비롯해 재생에너지 전력망 인프라 건설(1조원), 사업장 에너지 진단 및 자금 지원(1조1200억원), 그린스쿨 프로젝트(5000억원), 저소득층 주택 효율화(4000억원), 미래차 시장 육성(1000억원), 전기이륜차 전환(1000억원) 등의 예산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후 내년 18조4800억원을 비롯해 중장기적으로 총 355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365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한다고 한다.

 

사실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 성장’이라는 정책이 나왔으니 그린 뉴딜 정책은 우리에게 생소한 정책이 아니다. 이번 그린 뉴딜과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4대강 살리기에 집중한 반면, 이번 그린 뉴딜은 전력에 집중하겠다는 점일 것이다.

 

물 문제 역시 친환경 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점에 있지 않다. 오히려 4대강 사업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정책 목표가 국민의 삶과 유리되어 4대강을 통한 친환경 생태계 조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또한 마찬가지였다. 4대강 토목 사업에 32조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로부터 만들어진 일자리는 기존 토목 사업 부분의 단기간 호황을 유발하였을뿐 이에 따른 친환경 성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그린 뉴딜 또한 마찬가지다. 앞에서 예로 든 플라스틱 텀블러처럼, 또다른 플라스틱 소비를 통한 힙한 운동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전력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그린 뉴딜의 방점이 산업 부흥과 같은 케인즈주의적 경기 부양책으로 급격히 흐르지 않고 관련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전력 생태계 재편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서 예로 든 ‘플라스틱 프리’ 선언은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했기에 나온 운동일 것이다. 하지만 최초에 플라스틱을 합성하던 마음을 되돌아본다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그린 뉴딜이 선언적 의미의 일자리 창출 사업이 아닌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전력 구조 개편 사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