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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민주화의 일반화를 기대하며

 

현대 물리학의 거장 아인슈타인의 대표 업적은 ‘상대성 이론’이다. 상대성 이론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구성된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지 100년이 넘었다. 이제 아인슈타인과 상대성 이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씩은 들어봤음직한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성 이론은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이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성 이론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일반 상대성 이론’ 보다 ‘특수 상대성 이론’이 더 발전 된 이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1905년 발표한데 반해 일반 상대성 이론은 10년이 지난 1915년에 발표했다. 보다 더 발전된 이론은 10년이나 일찍 발표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속도가 통제되는 특수한 상태에 적용되는 이론이다. 반면 일반 상대성 이론은 속도가 서로 다른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적용되는 일반이론이다. 때문에 특수 상대성 이론보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발전된 이론인 것이다. 이는 물리학에 국한해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물리학 역시 우리가 디디고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학문이다. 일반과 특수의 관계 역시 이 세상의 물리적 특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사회적 특성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일반이 항상 특수 보다 발전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일반이 ‘일반적’이라면 특수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 안에 특수가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법률이 그렇다. 법률에는 일반법과 특별법이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같이 일반법은 조건이 다른 여러 상황들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반면 특별법은 특정한 상황에 대해서만 다룬다. 일반법인 형법은 절도, 폭행, 횡령 등등 모든 범죄를 다루는 반면 성폭력처벌특별법은 여러 범죄 중 특별히 성폭력만 다루는 식이다. 일반법으로도 다룰 수 있으나 특정한 사안에 대해 보다 강력한 대응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는 한다.

 

간혹 일반법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특별법이 제정되는 경우도 있다. 5·18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히고 적절한 배상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5·18 특별법의 핵심은 이미 시효가 완성된 신군부의 위법행위를 처벌하기 위함이다. 일반 형사법으로는 시효가 완성된 범죄행위를 처벌하기 어려워 특별법을 제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우 역시 특별이 일반보다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다. ‘일반’이 해결하지 못하는 ‘특수’한 사항을 풀어내기 위한, 즉 다시 일반적 상황으로 회기위한 특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특별이 난무한다는 것은 그만큼 일반이 ‘일반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8일 강원도 사북에서는 코로나19로 미뤄졌던 사북민주항쟁 4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사북민주항쟁동지회 및 참가자들은 ‘사북민주항쟁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 및 기념사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북민주항쟁은 1980년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정선군 사북읍 일대에서 발생한 탄광 노동자들의 총파업 사건이다. 이를 광부난동사건으로 규정한 전두환의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단은 광산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무자비한 국가폭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2005년 국무총리 소속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사북항쟁에 참여한 이원갑 씨와 신경 씨를 민주화운동 관련 인정자로 확정·발표했다. 또 2008년 4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당시 연행·구금된 관련자와 가족들에게 행해진 인권침해와 가혹행위에 대해 국가의 사과를 권고했다. 그리고 2015년 2월 서울고등법원은 사북항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이원갑 씨와 신경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사북항쟁 당시 가해진 국가폭력과 그에 대한 피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당연히 이에 대한 국가의 사과도 없었다. 특별법의 제정이 촉구되고 있는 이유다. 민주항쟁에 대해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민주항쟁을 일반화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아직도 민주화가 특별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화가 일반화될 때, 그 때에야 진정한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북민주항쟁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 및 기념사업을 위한 특별법’이 하루 빨리 제정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민주화 관련 특별법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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