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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국보와 보물 특별전, 어찌 그리 그리셨소

 

전통이란 자기 자신이다. 문화재에 담긴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값진 일이다. 코로나19로 답답함을 달래줄 국보급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이 공동으로 펼친 특별기획 ‘신국보보물전(新國寶寶物展)’이다.

 

방역수칙에 따라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된 시간에 관람을 했다. 일생에 꼭 봐야 할 전시다. ‘새 보물 납시었네’ 슬로건처럼 사상 최대 규모로 국보와 보물을 선보였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을 비롯한 유물 대여 기관만 34곳이다. 외부로 처음 공개된 국보와 유물이 눈길을 끈다. 간송이 소장한 22점, 이화여대가 보유한 청자 순화 4년명 항아리 등이 바깥에 나와 눈길을 끈다. 청자가 푸른빛이 아닌 녹갈색을 띠고 있다. 굽 안쪽에 제작 시기, 사용처, 장인의 이름이 새겨져 역사적 가치가 높다.

 

특히 두루마리 그림으로 희소성이 높은 조선의 대표적 풍경화는 특별전의 압권이다. 8m가 넘는 심사정(1707~1769)의 마지막 작품 촉잔도권(蜀棧圖圈⦁818*58cm)과 이인문(1745~1821)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856*43.9cm)를 한자리에 배치했다.

 

심사정은 조선 최고의 실력을 갖춘 화가였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정선(1676~1759)만큼 평가받지 못했다. 생애가 불운했다. 이인문은 심사정의 제자다. 그도 동년배인 김홍도의 빛에 가렸으나 스승보다는 인정받았다. 심사정의 풍경화는 중국 장안에서 촉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담았다. 뾰족뾰족한 느낌을 준다. 이인문의 그림은 대자연과 행복한 삶이 녹아 있다. 곳곳엔 농경·수산 등에 바쁘게 일하는 인물 360여 명이 그려져 있다. 학예일치의 경지를 보여주는 김정희의 ‘난맹첩’ 등 추사 작품도 여럿 출품됐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총 157건의 문화재 가운데 83건 196점이 가득하다. 가장 많은 양의 가장 좋은 유물을 제대로 된 전시장에서 만난 하루였다. 전시공간은 ‘역사를 지키다. 예술을 펼치다. 염원을 담다’라는 주제로 짜여졌다.

 

역사는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다. 조선시대에는 인쇄술이 발전해 다양한 기록물이 남았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분, 기사계첩 등 국보와 보물인 대한제국의 국새 황제지보 등이 우리 역사의 오래된 기억을 품고 있다. 전시된 갖가지 예술품은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보는 내내 눈을 놀라게 했다. 선조들이 몰아일체(沒我一體)의 경지로 완성한 예술품이려니 생각하니 절로 감동이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내 마음 속 깊이 전해진다.

 

국보 청자 항아리와 보물 정선의 ‘풍악산총람도’, 신윤복의 ‘미인도’, 김홍도의 ‘과로도기도’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불교는 오랜 세월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도록 도와준 정신적 토대다. 풍요로운 문화의 산실이기도 했다. 국보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월인천강지곡 권상과 보물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남양주 불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등이 초월적 존재에 의지하여 가족과 국가의 안녕을 빌었던 선조들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청자 투각 연당초문 붓꽂이’는 고려 최상급 청자의 정수를 보여준 명품이었다.

 

자칫 백화점식 명품 나열에 그칠 수 있었던 전시를 세 주제로 나눠 스토리를 입혀 보는 즐거움을 안겨줬다. 국보와 보물은 선조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이다. 기록물을 통해 지나간 역사를 남기고 예술품을 통해 찬란한 아름다움을 전하려고 했음을 읽을 수 있다. 간절한 염원이 담긴 불교문화재는 공덕을 쌓으면 부처의 나라에 태어나기를 꿈꾸게 된다는 믿음을 전했다.

 

전시된 국보와 보물은 저마다 빛을 발하고 있다. 역사는 중단되지 않고 강물처럼 도도히 흘러간다. 선조들의 의지가 담긴 소중한 국보와 보물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전해주고 있는지를 되새겨보는 유익한 시간 여행이었다. 기획특별전은 오는 9월27일까지다. 유물이 3주마다 교체된다. 필자도 한 차례 더 관람을 위해 예약상태다. 죽기 전에 꼭 봐야할 명품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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