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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대입논술에 “정치권의 창과방패를 논하라”면 어떤 답이?

모순(矛盾),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에서 한 상인이 “최고의 창(矛)”과 “최고의 방패(盾)”라며 무기를 선전하자 구경꾼들이 그러면 ‘그 창으로 이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냐’고 되물어 말문이 막혔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로 ‘서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즘 정치권은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 병역관련 특혜의혹 논란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야당은 계속 찌르고 추미애 장관은 열심히 방어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장관으로 발탁된 이후 지금까지 현 여권으로 보면 검찰 개혁의 상징이다. 특히 인사 부문에서 추상같이 개혁이라는 칼을 휘둘렀다. 그런데 아들 병역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번에는 칼 대신 방패를 잡았다. 반대로 야권에서는 칼을 잡은 모양새다. 한순간에 공수가 바뀐 것이다.

 

우리 정치권의 대표적인 단골 이슈를 꼽으라면 ‘병역’과 ‘위장전입’을 빼놓을 수 없다. 병역 문제는 1997년 한나라당(신한국당) 이회창 대선 후보 시절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이후 20년 이상 정치권의 흥행몰이 상위에 올라있다. 위장전입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장관의 아들 논란도 경중의 차이나 법적인 잣대를 제외하고 얘기한다면 기존 정치권의 정쟁 프레임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거의 비슷한 병역 문제이나 위장전입을 놓고 내가 칼을 쥘 때는 그것이 민심이고 방패를 쥘 때는 내 방패가 세상에서 가장 좋고 옳다고 말이다. 그래서 유감스럽게도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 우리 정치의 브랜드가 됐다.

 

한국 정치사는 모순의 사이클이다. 다음에 내가 잘못을 저질러 수세에 몰릴때 과거 상대방의 방패를 차용증없이 그대로 사용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칼도 마찬가지다. 주권자인 국민들은 그런 칼이나 방패를 준 적이 없는데 말이다. 꼭 필요할 때 칼집에서 칼을 꺼내고, 정말 억울할 때 국민이 허락한 방패를 사용하라는 것이 상관인 국민의 명령인데 말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병역논란과 관련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한국 정치의 창과 방패에 대해 논하라”는 논술 시제를 주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마 우리 서민들이라면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힘있는 창이나 방패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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