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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만도 못한 취급 그만…장애인 편하면 모두가 편한 세상”

[시민의 시선]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인터뷰

지난 17일, 수원시 권선구 경기 상상캠퍼스에서 열린 제 3회 경기도민의 날 기념식 행사에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경기장차연) 소속 회원 10여 명이 기습 피켓 시위를 벌이는 일이 일어났다.

 

이날 축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다급하게 막아서고 “경기도 장애인 생존권을 보장해주십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요구는 새롭지 않았다. 요구안은 ▲장애인 격리수용정책 폐기 ▲장애인지원주택 제도화 및 지원 ▲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권리 보장 ▲장애인의 광역 이동 보장 등이다. 

 

이들의 요구에 이 도지사는 국정감사 일정을 마친 뒤인 22일 장차연과 소통 간담회를 긴급히 열기로 했다.

 

경기신문은 장차연과 이 도지사가 만나기로 한 이틀 전인 지난 20일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를 만나 무엇을 요구하는지 등을 들어보았다.

 

 

◇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경기장차연은 장애인 권리향상을 위해 정책을 제안하는 동시에 장애인들의 열악한 환경을 도청과 도의회, 시민들께 알리고자 매년 경기420공동투쟁과 출범식을 해왔으나,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장애인 정책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장애인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이재명 도시자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도청 앞에서 랜선 투쟁을 20일 넘게 이어 가고 있다.

 

◇ 코로나 사태로 장애인의 이동 문제, 장애인의 코로나 대응 매뉴얼이 더욱 중요해졌다. 경기도의 대응을 평가한다면.

 

현재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기특별교통수단은 인근 지자체 간에만 이동 운행을 하고 광역 간 운행은 없는 상태다. 십여 년 전부터 제기한 문제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강원과 경북 등 타 지역에서는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는데, 그곳보다 장애인이 많이 거주하는 경기도에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코로나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인데도 경기도는 노인과 아동 등에 대한 코로나 대응 매뉴얼은 만들고 있지만 장애인의 코로나 대응 매뉴얼은 전혀 만들지 않고, 보건복지부에 내려오는 지침서만 따르는 중간자 역할만 하며 손을 놓고 있다.

 

◇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10년 넘게 장애인 운동을 했다.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걸 느꼈다. 정치인이 아닌 정치꾼이나 갑질하는 행정부가 너무 많다. 약자들의 울분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모습이 가면 갈수록 더 많이 보인다.

 

경기도와 지자체도 사회적 약자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곤란한 문제는 피하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며 정치권의 눈치만 보는 경우가 많아서 너무 안타깝다.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이라고 얘기하는데, 수많은 빌딩들을 세운 만큼 빌딩에 가려진 그늘도 많다는 것을 생각해서 약자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많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 과거부터 최근 랜선 투쟁까지 장차연에서 주장하는 정책들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달라.

 

장애인들은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인해 거주시설에 갇혀 살고 차별받는다. 요즘 반려동물과 집에서 같이 사는 세상인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시설에 갇혀서 버림받고 학대받는 삶은 없어져야 한다. 

 

그래서 장애인 격리수용정책 폐기, 탈시설 연대, 장애인지원주택 제도화를 주장하면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야 더 많은 직업과 교육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따라서,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도내 지자체 간 이동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해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현재 경기도에 있는 광역버스에는 리프트 차량이 한 대도 없는데 광역버스에도 저상버스를 도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이재명 지사와 면담 때는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얘기할 것인가.

 

과거부터 장애인들이 권리 쟁취를 위해 한 요구가 단절된 전달 체계로 인해 최고 책임자까지 제대로 전해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 경기도 최고 책임자인 이재명 지사를 만나 그동안 주장해 왔던 장애인 탈시설 및 자립생활 권리보장, 장애인 활동지원 권리보장, 장애인 노동권 보장,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 4대 핵심 주제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할 생각이다.

 

또,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 문제가 늘 발생함에도 언론에서만 잠깐 떠들다 만다. 그래서 경기도가 이제는 그런 오명을 벗고 장애인 거주시설을 없애고 지역사회에 인프라를 구축해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또, 최근 노동을 할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생활에 대한 우려의 말들이 나오는데, 자립이란 개념을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정의 하면 안된다. 중증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처럼 똑같이 취직과 노동활동을 할 수가 없다. 때문에 사회에서 그들을 위한 보장정책을 해야 한다.

 

노동은 다양한 형태로 있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다양한 문화·체육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해 기본소득처럼 보답을 해주면 그들 역시 그런 활동을 통해 자존감도 회복하고 떳떳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같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도에서 적극적으로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고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이재명 도지사는 약속대로 22일 경기 장차연과 만났다. 그 자리에서 그동안 여러 상황 때문에 장애인 정책을 세부적으로 잘 못챙긴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지사는 적대적·대립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서로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노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또, 서로 간에 대화와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경기도가 더 공감하고 배려있는 자세로 대화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간담회가 끝난후 개인 SNS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공감하는 내용들이 많았다며 장차연에서 제안한 여러 정책들을 긴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가 있으면 정치권에도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과거에 수원역 광장을 점거해 1시간 동안 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그 당시 시민들께 많은 불편을 드려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하나 위험한 도로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장애인의 절박한 심정을 알아주거나 공감해 주는 분은 없었고, 돌아오는 것은 항의와 비난, 고발뿐이었다.

 

또, 출·퇴근시간에 버스를 이용하면 ‘바쁜 시간에 왜 장애인이 돌아다니느냐’며 장애인이 버스를 타기 위한 잠깐의 시간도 기다리지 못하고 잔소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상황들을 겪으면, 과연 누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할까. 오히려 장애인들은 미안한 마음에 죄인처럼 더 숨어버리게 된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시민들이 장애인들의 말에 조금만 더 귀 기울여 주고, 이해하고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

 

장애인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세상. 그게 장애인이 꿈꾸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 경기신문 = 이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