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보약] 이번 가을 감기 뚝, 슬기로운 감기생활

 

며칠전에 어깨가 뻐근하고 팔에 힘이 없다고 내원하여 침과 보험한약 며칠분을 처방받았던 환자가 주말을 지내고 오늘 와서는 50% 정도 통증이 좋아졌다고 하면서 묻는다. 그런데 원장님 그때 주신 한약이 무슨 약이예요? 그래서 나는 일종의 한방감기약이예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열이 많이 난다기 보다는 평소때 몸이 차고 소화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의 기침, 콧물, 통증 등의 감기에 쓰는 약 이예요. 여러종류의 감기약중에 보약에 속하지요. 했다. 그런데 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신기해요. 그걸 먹으니 피로감이 덜하고 기운이 나는 것 같아서 여쭤봤어요,’ 한다. 그럴수 있지요. 환자분이 타고나길 소화기능이 좋지 않고 몸이 찬 경향이 있어요. 최근 여름이라 에어컨, 찬음식 등으로 어깨 증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해서 처방을 한거고 이 약이 체온을 올리고 따뜻하게 혈행을 도우니 몸이 가볍고 좋아진 느낌이 들었을 거예요, 대답했다.

 

한 엄마가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데리고 온다. 아들은 평소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재채기와 콧물이 간혹 있는데 최근에 덥다고 에어컨을 많이 틀고 찬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가 며칠 전부터 난다고 한다. 맑은 콧물, 재채기로 표현되는 증상이 낫지 않으면 보통 누런콧물과 코막히는 증상이 이어진다는 설명이 따른다. 나는 보험한약을 처방하고 맑은 콧물이 그칠 때 까지만 복용하도록 한다. 며칠후 다시 진단하니 콧물은 없어졌고 컨디션도 좋다고 한약이 잘 듣네요. 하고 신기해한다.

한의원에서 진료실에서의 흔한 장면들이다.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그 반응에 나도 되려 신기함과 놀라움을 느낀다. 아, 정말 한의학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구나 하고 다시금 깨우친다. ‘한약을 제대로 복용하면 이렇게 효과가 좋아요. 사람들이 잘 몰라서 못먹 는거지요. 뭐 모르는게 또 당연할 수도 있지요. 한의사들이 알려야 하는데 TV 광고를 할 수도 없고...’ 하고 말줄임을 하다가 문득 한의대를 처음 들어와서 느꼈던 당혹감이 기억이 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부호같은 음양오행들. 지금 생각해보면 데카르트 이후 정립된 심신이원론과 서양의 뉴턴과학에 근거한 사고가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나도 모르게 깊이 새겨져 원래 우리의 것이었지만 생소해진 동양적 세계관과 용어들로 설명되는 한의학의 관점들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한의학에서 감기와 면역 전반에 관한 개념은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 라는 대강으로 설명된다. 실제로 풀어보자면 몸의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좋은 기운인 정기가 몸에 충분하면 병이 걸리지 않는다는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내용이다. 한의학 치료의 목표는 약해진 정기, 즉 체력의 회복을 돕는 것이다. 정기란 요즘의 용어로 설명하자면 스스로 몸을 지키는 좋은 면역을 포함한다. 위의 한방감기약은 여러 기전으로 그 역할을 돕는다.

 

몸에 침입해 감기를 유발한다고 바이러스는 알려져 있다시피 200가지가 넘고 다양하다. 감기바이러스의 공격에 우리 몸은 매우 조직적으로 대처한다. 면역체계가 가동되어 열을 내서 바이러스를 물리치려고 하고 맑은 가래와 콧물점액이 나와 이물질을 배출하고 기침으로 이물질을 뱉어낸다. 열, 가래, 콧물, 점액, 기침은 우리 몸을 이롭게 하려고 하는 노력이다. 감기가 낫기 위해 우리가 할 것은 면역계와 바이러스의 싸움에 대한 지원과 체력정비이다.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지 않도록 말이다.

 

목감기에 소금가글이 좋은 효과가 있다고 미국 예방의학저널에 보고되었고, 마늘밀크티는 기침을 완화하고 꿀이 기침시럽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연구결과 밝혀졌다. 또한, 콧물가래에는 따끈따끈한 닭고기스프가 좋다고도 한다. 이들도 정기의 회복을 돕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만 동양의 지혜가 집결된 실용학문인 한의학은 훨씬 큰 역할을 한다. 한양방협진이 원활한 중국과 일본에서는 여러 체질과 증상의 변화에 따른 한약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많이 보고 하고 있다. 또한, 한방감기약은 다행히도 보험제재한약으로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의료보험혜택을 받을수 있기에 더 마음 가볍게 치료받을 수 있다. 올 가을에는 집에서 하루, 이틀 푹 쉬고 영양을 보충해도 증상이 남아있다면 근처의 한의원에 가서 한방감기약(feat. 우수한 한약조제기술)을 처방받는 건 어떨까? 시간이 오래지나면 보험감기약으로는 해결이 안되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한다. 만사가 그러하듯이.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