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얄개시대'가 당시 청춘들에게 파릇파릇한 설렘을, 80년대의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가 닫힌 현실에 대한 진한 공감을 안겨줬다면, 그리고 90년대 '비트'가 비상구 없는 청춘의 상처를 어루만졌다면 2004년의 청춘물은 젊은 관객들에게 무엇으로 다가올까?
23일 개봉하는 하이틴물 '늑대의 유혹'의 기본 정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정통 신파에 기대고 있다. 친남매 사이의 이루지 못할 사랑은 수없이 TV와 영화를 통해 되풀이됐던 소재이며 병명만 달라졌을 뿐 주인공의 불치병은 줄거리의 가장 큰 갈등요소이다.
지방에서 막 상경한 한경(이청아). 서울 생활에 미처 적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두 명의 '킹카'에게 '찜'을 당한다.
반해원(조한선). 잘 생긴데다 주먹도 세고 오토바이와 차도 가지고 있다. 찍어서 안 넘어갈 여자가 없을 정도로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는 폭발적. 그런 해원이 어느날 뒤돌아서는 내 손을 잡았다. '나 어떡하냐, 너 좋아하나보다'. 터프한데다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어 보이지만 해원의 마음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정태성(강동원). 옆 학교의 '짱' 태성은 해원에게는 부족한 다정함을 갖추고 있다. 따뜻한 배려에 순수한 미소. 붙임성 좋게 누나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는 태성. 어두웠다 밝았다 변덕이 있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의 슬픈 눈빛에는 가족사의 아픔이 있다. '누나라고 하기 싫어. 그냥 내 여자친구 해라' 태성이 어느날 던진 담담한 말이다.
둘의 애정공세는 주먹 싸움으로 번져간다. 자존심과 사랑을 건 싸움이 계속되고 한경은 둘 사이에서 허둥대며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
터프한 해원과 다정한 태성, 둘에 대한 한경의 애정은 점점 깊어가고 그 무렵 그녀는 자신과 태성 사이에는 서로 사랑할 수 없는 운명의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의 장점은 전반부에 몰려 있는 듯하다. 두 킹카가 양 아랫점을 이루는 삼각관계는 각 캐릭터의 개성이 튼튼한 만큼 균형이 있어보이는 편.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들 사이에 관계가 설정되는 것도 속도감과 상쾌함을 고루 갖췄다.
하지만 꽤나 속도감 있게 흘러가던 줄거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눈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이다. 가족관계는 지나치게 꼬여 있어 작위적으로 느껴지며 주인공들의 눈물 바다는 감정이입이라는 준비운동이 없이 펼쳐지는 까닭에 부담스럽다. 이런 식의 청춘물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인 로맨스의 진실성이 의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날 개봉하는 '그놈은 멋있었다'와 함께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이 영화화 된 첫번째 작품으로 '박봉곤 가출사건' '키스할까요' '화산고'의 김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네번째 영화다. 상영시간 113분. 12세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