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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하늘의 창(窓)] “검찰의 정치경제학”

 

 

마슬로브, 그러니까 우리의 “카추샤”는 살인혐의 재판에서 독살의 죄를 온통 뒤집어 쓴다. 그녀가 일하던 유곽(遊廓)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정작 진범들은 3백루불이나 받은 변호사의 엉터리 변호로 빠져나갔다. 당시 화대(花代)는 3루불에서 많으면 5루불이었다.

 

이 변호사는 다른 사건에서 자신에게 1만 루불을 지급하기로 한 사업가, 사실은 사기꾼에게 10만 루불의 승소를 이끌어내고 이 자의 사기에 걸려 전 재산을 털린 어느 노부인을 절망의 지경에 빠뜨린 바 있다. 법은 이들에게 “밥그릇”이었다.

 

유곽이라고 그 정체를 얼버무리게 표현한 창녀촌은 “남성의 행복까지 염려해주는 정부의 허가와 비호 아래” 존재하고 있었다. 톨스토이가 쓴 《부활》은 이렇게 펼쳐진다. 한때 카추샤를 사랑하다 겁간까지 해 죄의식을 가지고 있던 네흘류도프는 이 재판상황을 우연히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진력을 다한다.

 

법정의 검사는 어땠는가? “타고 나길 좀 둔한 데다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대학에서 로마법상의 지역권에 대한 논문으로 우수 논문상까지 받은 것이 오히려 불행을 초래했다. 그 바람에 자부심과 자만이 하늘을 찔렀고 (성공적인 여성 편력도 여기에 일조했다) 그 결과 그는 정말 바보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검사의 논고가 이어진다. “귀족 집안의 지적인 분위기에서 자라 성실한 노동으로 먹고 살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배은망덕하게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유곽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녀로 일하고 유곽에서 겪은 카추샤의 고통은 여기서 지워져 있다. 재판장은 “유난히 여색을 좋아하”는 꽤나 방탕한 자였다. 검사, 변호사 그리고 재판장은 그녀를 탐하거나 짓밟거나 둘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없다던 검사 술접대 사실이 확인되었고 기상천외한 산술로 두 명의 검사는 슬며시 빠져나갔다. 유곽 기능까지 하는 술집에서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수사배제가 되자 비로소 사실로 입증된 사건이다. 이를 폭로한 당사자는 범죄자의 진술이라고 비난받으면서 그 주장의 신빙성이 공격당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반부패 검사까지 하고는 2억 로비 돈을 받은 자 또한 구속되었다. 이 역시도 그간 검찰이 엉덩이에 깔고 뭉개고 있었다.

 

이 모두 돈이 오간 “검찰의 영업장 사건”이다. “범죄조차 경제적 재생산구조를 가지고 있다. 범죄와 관련한 형사법 책이 팔리고 교수는 그걸 강의해서 먹고 살며 검찰과 변호사 그리고 판사도 이 생산 시스템에 얽혀 있다. 법은 그렇게 해서 자신의 정치경제학을 가지고 있다.” 마르크스의 통찰이었다.

 

검찰개혁은 이 고리의 부패한 지점을 끊자는 것이다. 이른바 전관예우라는 출구는 사법횡포다. 누군가는 그로 인해 억울한 판결로 희생되고 만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노부인의 전 재산을 털어먹고 자기는 1만 루불을 가져갔다. 판사도 공모자다. 검찰의 정치경제학은 우리가 따져봐야 할 정의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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