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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 혁명과 노래 1편 ‘인생이여, 고마워요’

 

노래를 듣다 가사가 쏜 살에 심장에 명중돼 숨 못 쉬는 체험을 한 적이 있는지. 월드뮤직 중에 노랫말이 기가 막힌 곡이 적지 않다. 오늘 소개할 아르헨티나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그라시스 아 라 비다(Grasias A la Vida)’ 도 그 중 하나다.

 

월드뮤직과 친해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언어다. 월드뮤직은 지구상 200개 넘는 나라의 7천개가 넘는다는 언어와 만나는 일이기도 해서 가사해석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월드뮤직과의 첫 만남의 호불호는 음률, 가수의 목소리, 노래 분위기같은 것에서 비롯된다. 그건 가수와 음률이 마음에 안들면 바로 내쳐진다(?)는 얘기기도 하다.

 

월드뮤직에 빠지기 시작한 20여년 전 내 모습이기도 하고 그 초자의 거름망에 걸려 빠져나갈 뻔했던 위대한 곡이 있었으니 바로 앞에 언급한 소사의 노래다. 귀에 익은 듯한 음률도 살짝 씩씩한 목소리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패스. 그런데 나보다 앞서 월드뮤직에 빠져 전문가가 된 분들의 책을 보니 그녀의 노래에 대한 상찬이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찾아 듣게 됐고 가사도 알게 됐다.

 

기억난다.

청춘을 막차에 태워 보내고 사랑도 일도 다 실패해 연옥을 해매던 중이었다. 노래 가사를 컴퓨터 창에 띄워 본 곳은 여행 중 시외버스 정류소 근처 탁자 네 개 둔 작은 찻집이었다. 일절도 읽어내리기 전, 눈물 둑이 터졌다. 손님이 나뿐이라 다행이었다.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라는 스페인어 제목은 ‘생에 감사하며’라는 뜻.

 

인생이여 고마워요/ 이렇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어서/ 나에게 준 두 개의 밝은 별/ 그것을 알면/ 흑과 백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으니까/ 높은 하늘 깊이 별들이 보이고/사람들 속에 내가 사랑하는 이가 있네요...중략....인생이여 고마워요/웃음을 주고 눈물을 주어서/그래서 행복과 슬픔이 구별되고/내가 노래를 만들 수 있게 하고/ 그 노래는 당신들의 노래, 모두의 노래, 나 자신의 노래/ 인생이여 고마워요

 

지면 관계상 전 가사를 소개할 수 없어 안타깝다. 당시 내 눈물을 뽑게 하며 힘을 준 것은 고진감래 정도되는 느낌이었을텐데 뒷날 그 눈물이 값싸게 느껴진 것은 ‘전혀 고맙지 않은 인생’을 산 소사의 과거 때문이었다. 1960년대 아르헨티나의 신성(新星)이었던 소사는 유럽까지 진출 ‘ 에디트 피아프 이후 최고의 감동적인 목소리’라는 환대를 받으며 세계적 스타의 발판에 올라섰다. 그러나 소사는 76년에 들어선 군부독재의 폭압으로 3만여명이 실종되고 숱한 민주화 투사들이 죽어가고 있는 고국 아르헨티나의 현실 가운데 뛰어들었다. 노래로 독재를 비판하고 민중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했다.

 

결국 79년, 공연장에서 350여명의 관객과 함께 체포되었고 강제출국까지 당한다. 그 과정에서 사랑했던 남편은 죽고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된 채 수 년간 여러 나라를 떠돌게 된다. 82년, 군부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몰래 귀국한 소사의 공연은 모두 매진되었는데, 그 공연에서 전 관객을 울린 곡이 바로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였다. 생전 ‘예술가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불의를 외면하는 것은 나를 배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던 소사. 세계적인 스타로 부귀영화 누리며 살 수 있었던 소사는 민중의 편에 선 죄로 10년 전, 74세로 삶을 마감하기까지 고통이 9할인 삶을 살다갔다. 소사는 그 칠십여년의 삶을 마감하면서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를 부를 수 있었을까.

 

그에 대한 답을 소사와 같은 삶을 살다간, 노래에 혁명을 실었던 월드뮤직 스타들을 만나보며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 다음 편에도 이어질 ‘혁명과 노래’를 기다려주시길.

 

(인터넷창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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