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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 호흡, 생명의 숨결

 

 

양평 용문사에는 은행나무가 있다. 추정나이 1100년, 높이 42m, 가슴높이의 줄기둘레 14m, 가지너비가 동서로 28.1m, 남북으로 28.4m라는 숫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은행나무를 처음 마주했던 순간의 인상을 잊을 수 없다. 그 나무, 아니 그녀(암나무이다)는 나에게 동양최대라는 거대한 자태로 힘찬 가지와 무성한 은행잎을 휘날리며 지나온 1100년의 시간을 문자가 아닌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녀 나이의 두 배가 넘는 기간 전부터 여러 민족과 애환을 함께 했던 불교는 2500년 전 보리수나무 밑에 앉아 호흡을 통해서 지혜를 개발한 붓다의 한 숨결에서 시작되었다. 그 모습은 초기불교서적인 (맛지마니까야:들숨날숨기억경)에서 ‘가부좌를 틀고 상체를 곧추세우고 전면에 기억을 확립하여 앉는다. 기억하면서 숨을 들이쉬고 기억하면서 숨을 내쉰다.’로 시작되는 설명에서 호흡을 의식의 중심에 두고 관찰함으로 고요한 호흡과 삼매에 도달하는 방법을 전한다.

 

2200년전의 가장 오래된 한의학 서적인 황제내경에서는 양생 즉,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호흡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호흡이 고요하면서 가늘면서 천천히 이루어지고 들숨날숨비율이 적절한 호흡이 된다. 호흡을 잘 조절하면 생명력을 보존하며 경락(한의학에서 기혈이 운행하는 통로를 말한다)의 운행과 소화 흡수를 비롯한 몸의 대사에 영향을 주어 건강과 장수 그리고 높은 의식수준의 인간인 진인의 경지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1975년 하버드 대학의 허버트 벤튼 박사가 책 (이완반응;Relaxation Response)에서 고혈압, 심장혈관질환 등에 다양한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밝힌 호흡명상에 근거한 호흡이완프로그램이후로 얻는 효과들이 이 시대의 과학적언어로도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모든 인간은 한 호흡을 하면서 세상에 태어나고 마지막 호흡을 끝으로 생명을 다한다. 몸이 아파서 호흡이 곤란해지기 전까지는 잘 의식하지 않지만 들숨을 통해서 에너지대사에 필요한 물질을 얻고 날숨을 통해서 불필요한 물질을 내보내어 살아갈수 있게 된다. 생명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다.

 

문득 앉아서 명상을 할 때의 호흡이 인상적으로 봤던 영화 (인셉션)에서 꿈과 현실을 구별해주는 팽이- 꿈에서는 굴려도 넘어지지 않으나 현실에서는 넘어지는 팽이-같다. 현실에서 살아있는 시간인지, 내가 꿈속에 있는지 꿈에서 깨어있는지 알아차리게 하는 역할이다. 호흡을 관찰하다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수히 떠오르는 생각 감정들을 볼 수 있는데 호흡을 내가 인식하고 있는 동안은 깨어있고, 아주 놓쳤을 때는 현실이 아닌 생각이나 감정의 바다에 푹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새해이다. 새해를 맞아 한번 호흡을 바라보자고 권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끝없이 욕망을 쫓는 바쁜 일상속에서 너무 숨가쁘게 달려왔던 것은 아닌지, 아니면 2020년의 시간을 덮었던 코로나 19, 삶의 무게로 숨이 막혀 호흡이 너무 얕은 것은 아닌지 말이다.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해보고 휴 하고 내쉬어 보자, 인류지혜의 역사가 담긴 이 숨결을 기억하여 고요하게 잠시 머물러보자, 더불어 2021년 1월의 시간을 건너느라 애쓰고 있는 자신에게 격려와 응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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