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장애인인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이 장애인 선수에게 폭언·욕설에 이어 협박까지 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의 전횡을 막아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대한장애인컬링협회 내부 관계자로부터 위임받았다고 밝힌 변호사가 작성했다.
청원인은 글을 통해 "비장애인 협회장이 권력을 쥐고 장애인 선수를 인격 모독하고 사적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몇 해 전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팀킴 선수들의 눈물의 기자회견으로 컬링계의 오랜 병폐가 백일하에 드러나 사건 관련자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며 "그러나 유사한 문제로 장애인컬링 선수들이 고통받고 있는 실상을 아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16년 이상 장애인 컬링 선수를 해왔던 내부 관계자는 3선 협회장의 전횡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목격해 왔다"며 "특히 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상습적 욕설, 모욕, 폭언과 상금 횡령, 선물 강요, 협회 구성원들에 대한 금전 대여를 비롯해 횡령 의심 정황까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정황을 통해 현 협회장이 자격이 없다는 것에 확신을 갖고 지난달 4일 열린 협회장 선거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그럼에도 결국 현 협회장이 3선에 성공했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것에 앙심을 품고 당선 당일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 폭언을 이어갔다"라며 "선수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선수 자격 및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된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협회장 A씨는 2015년 3대 협회장을 시작으로 2016년 12월 연임했으며, 지난달 4일 서울 소마미술관에서 열린 제5대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 선거에서 3선에 성공했다. A씨는 임기는 2025년 총회까지다.
A씨는 경기신문과의 통화에서 "선거가 끝나고 술을 마셨고, 취중에 기분이 좋지 않아 전화를 걸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후 상대방의 지적이 있어 제 행동에 대해 사과했고, 개인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또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에 대해서는 "기분이 상해 폭언을 한 것은 맞지만 다른 내용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관련기관의 감사가 진행되는 만큼 결과를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원을 의뢰한 내부 관계자 B씨는 "협회장과 개인적인 감정은 없고, 환경을 바꾸려 선거에서 반대편에 선 것"이라며 "지난 4년 동안 제가 보고 겪은 것이다. 어떤 세상인데 거짓을 얘기하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대한장애인컬링협회 내부 문제에 대해 상급기관인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서둘러 진상 파악에 나섰다.
대한장애인협회 관계자는 12일 "청원 게시글이 올라오기 전 감사실로 비슷한 내용이 들어와 파악 중"이라며 "내부적으로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 나오는 것에 따라 판단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고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