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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이든 행정부에 주목하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온도계

편가르기·먹거리 위기 반면교사로

  • 등록 2021.01.15 06:00:00
  • 13면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20일 출범한다. 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바이든 대통령이지만 시작 전부터 숱한 도전을 받으며 앞길은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두달이 넘도록 계속돼온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불복이 급기야 의사당 난입 사태로 비화되며 미국 민주주의 역사가 송두리째 휘청거리고 있다.

 

트럼프는 하원에서 두 차례나 탄핵을 받은 최초의 대통령이 됐고, 취임식을 앞둔 워싱턴은 제2의 폭력사태에 대비한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자인 46대 대통령 바이든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 이후 152년 만이라고 한다.

 

미국은 후임 대통령과 퇴임하는 대통령이 평화적 정권 이양의 상징으로 취임식을 위해 함께 의사당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그 전통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의 취임식 불참은 미국의 현주소를 압축하고 있다. 미국은 신대륙에서 나라를 세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모든 문화·인종이 용광로(melting pot)에 녹여져 하나가 된 힘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 중심의 평화적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외적으로 팍스 아메리카나를 위협하는 파열음이 전방위로 노출됐다. 흑·백갈등, 멕시코 접경의 현대판 만리장성, 우방국가와의 방위비 분담 논란 등등. 무엇보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공화·민주 진영간의 갈등은 미국의 ‘용광로’ 또는 ‘샐러드 그릇’(문화적 공존)의 균열이 회복 불능의 상황까지 온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낳고 있다.

 

로마제국 등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보면 내부의 틈새가 결국 큰 둑이 무너지는 사태로 이어진다는 게 역사의 진리다. 세계는 어느 때보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부 문제를 조속히 치유하고 예전의 미국의 모습으로 복원되길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를 포함한 국제 정치·경제 질서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중국과의 패권전쟁, 국가우선주의 등이 국제질서를 교란하는 새로운 위협 요소로 부상했다. 이런 와중에 국제질서의 핵심 축을 담당했던 미국이 내부 문제로 힘의 공백기가 생긴다면 세계 불안정은 그만큼 고조될 수 밖에 없다.

 

남북한 관계만 해도 그렇다. 미국이 국내 문제에 시선이 고정된다면 북핵 문제는 더욱 통제밖의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당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신년 노동당 보고 대회에서 미국과 남한에 북한문제를 우선 순위에 놓으라고 압박하고 나서지 않았는가. 국제정치사에서 수퍼 파워나 중심적 위치에 있는 국가가 내치나, 다른 현안에 치중할 때, 예상치 못한 국지적 분쟁이나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우리 정부나 정치권은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미·중 패권전쟁, 대북 관계 등 국제정세에 한치의 오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선거와 관련한 편가르기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국의 오늘이 빚어진 근본적인 이유가 팍팍해진 나라 살림살이에 있다는 사실도 주목하자. 바이든 새 행정부가 식어가는 용광로를 다시 달구어 예전의 ‘하나 된 미국’이 하루빨리 복원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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