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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질문의 기술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삼중수소가 관리 기준을 초과해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놓고 정치 공방이 한창이다. 라디오 아침 방송에서 특정 방송사가 ‘정치적 가짜뉴스’를 내보냈기 때문에 이런 사달이 났다는 발언이 나왔다. 지목을 받은 방송사는 당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어느 정치인의) 발언에 하나하나를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입니다”라며 국민 안전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정치인이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냐며 응수했다.

 

한 쪽은 기준치를 초과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원전 지하로 방사능 물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것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기에 경위를 무조건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 쪽은 고농도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위험성을 과장한 데다 검출은 일시적인 것으로 발견 즉시 회수해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외부 누출 근거는 없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관계를 왜곡・과장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이 ‘멸치 1g’ 내외라는 전문가의 발언을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인용하면서 ‘본질’을 운운한다. 일상에서도 삼중수소는 쉽게 검출된다는 언론은 이번 문제제기는 원전 수사에 쏠린 관심을 돌리기 위한 여론전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대로 ‘멸치인지 고래인지’는 따져봐야 아는 것 아니냐는 언론은 앞의 지적이야말로 본질을 벗어난 물타기 공세라고 맞대응이다.

 

오랫동안 언론은 ‘사실’이란 가치나 의견과 구분되어야 하고, 기자는 ‘사실’만을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정치인)가 이렇게 말했다”와 같은 보도 스타일은 언론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는 성격을 드러내며, ‘그’가 말한 내용의 사실 여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던져두는 경향이 있었다.

 

이 ‘사실’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언론은 매일 많은 양의 뉴스를 생산한다. 언론의 관심은 누가 어디서 어떤 말을 했는가부터 왜 그런 말을 하는가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 의도나 공방의 양상은 독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뉴스일 때가 많다. 그래서 카메라에 어떻게 비춰질까를 염두하고 발언을 작심하는 정치인도 많다. 언론의 눈에 띄어야 의사 결정에 힘을 받고 정치에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면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만들기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이다.

 

양쪽에서 대립하는 사실 운운으로 혼란스러운 건 독자들이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할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삼중수소 유출 의혹은 지금의 논란 이전에도 제기됐다. 왜 그동안 분명하게 규명되지 못했는가? 왜 이제 논란이 제기되었는가? 질문을 던질 시간이다.

 

“언론이 칭찬받을 만한 지점은 사실을 모으는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그 사실들의 타당성을 알아내는 기술이다” 알랭 드 보통이 쓴 『뉴스의 시대』 ‘정치뉴스’ 편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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