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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함경도 명태깍두기

 

동해바다를 따라 올라가며 흥남, 신포, 청진, 나진은 예전부터 유명한 명태어장이었다. 대륙의 찬 공기와 해양의 더운 공기가 마주하는 이곳은 명태의 생존에 적합하여 크기도 적당하고 맛도 좋아서 러시아 명태에 비기지 못한다. 가장 많이 잡힌 때가 1970년대로 새까맣게 밀려오는 명태떼의 길이가 무려 3천미터에 달했다고 한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해안으로 밀려와 산란을 하고 2월이나 3월이면 다시 깊은 바다 밑으로 내려간다.

 

당시 그 많은 명태를 잡아들이고 저장하고 가공하고 건조하는데 많은 기술이 필요해 명태밸 따는 기계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명태알은 포장되어 일본으로 수출했다. 명태는 산간 오지까지 실려와 집집이 할당으로 나누어 주기도 했다. 기차를 타고 동해바다를 지나다보면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집이 명태덕대를 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싫도록 먹었던 명태가 사라진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지역적 환경으로 함경도 음식은 명태로 가공한 식품인 명태식혜, 명태김치, 명태깍두기, 명란젓, 창란젓 등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함경도 명태깍두기는 가을무로 만든다. 김치가 반년 식량이라면 무는 그에 못지않다. 김치를 하는데 무가 40%정도 들어가니 남쪽의 김치보다 무가 훨씬 많이 들어간다. 명태깍두기는 시기마다, 지역마다, 사람마다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명태가 많을 때는 깍두기 절반이 명태로 채워지고 부족할 때는 명태 몇 마리에 무와 김장하고 남은 배추 조금, 젓갈을 넣고 버무린다. 실향민들이나 고향 분들이 그 맛 그대로 만든다고 하나 시기와 환경이 다르니 본 맛에는 이를 수 없고 변형되기도 한다.

 

겨울김치가 끝나면 나머지 무는 움에 저장하거나 염장(단무지)한다. 산업화가 되면서 남한에는 김칫독이 사라지고 김치냉장고가 생겨났다. 지금은 초절임한 배추를 사서 담그니 많이 편해졌다. 북한은 아직도 전통방식 그대로 김칫독에 절인다. 김장하고 남은 무는 독안에 차곡차곡 넣고 색깔 고운 찰 진흙을 풀어 넣는다. 그리고 한 뽐 정도 높이를 진흙으로 덮어 아구리를 봉인한다. 봄이 되어 날이 따뜻해질 때 개봉하면 가을무는 고운 오랜지 색으로 변하고 냄새도 향기롭다. 겨울 김치가 떨어질 즈음에 봄 달래와 함께 물에 타먹으면 맛있는 반찬이 된다.

 

 

요즘은 유튜브에 명태깍두기를 검색만 하여도 레시피가 많이 나온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고 맛 볼 수 있는 명태깍두기는 무의 아삭함과 시원한 맛의 끝판 왕이라고 한다. 깍둑 깍둑 썰어서 깍두기가 된 이것은 명태를 넣으면 명태깍두기고 굴을 넣으면 굴깍두기가 된다. 재료에 따라 이름 지어지는 깍두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맛의 원형이 되고 차이를 알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음식은 몸이 기억하는 그리움과 향수의 원인이다. 요즘은 북한에서도 평양에 류경김치공장을 건설하면서 김치의 산업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눈이 푹푹 오는 날 움에서 건져 올려 먹는 그 오묘한 조화의 맛을 복원할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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