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보약]몸의 주인은 누구인가?

 

한의원에서 화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다 보니 많은 인생역정을 만난다.

 

그 많은 만남 중에 수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분이 있다. 내원당시 77세였던 그녀는 10년전에 이혼을 했다. 사연인즉 평생 열심히 돈을 벌었고 꼬마빌딩도 사고 제법 재산을 모았는데 평생 일 안하고 속썩이던 남편이 어느 순간 잘해주고 해서 잘 지내게 되었다 한다. 그 즈음 남편이 건물을 자기명의로 해달라고 해서 그래도 아이들 아버지인데 하는 생각에 그녀는 그렇게 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편이 이혼하자고 했고 알고보니 그가 건물도 팔고 재산을 많이 빼돌려 놓아 이혼하고 나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한다.

 

남편을 바보같이 믿었다고 자책하며 많이 아팠는데 설상가상으로 뇌경색이 왔다. 15년전 이미 요통으로 수술을 3번 한 그녀는 3년전에는 자다가 넘어져서 어깨가 골절되어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하였고 그 즈음부터 양쪽 4번째 발가락이 아프기 시작 했다. 치료로 아픈 발가락을 긁어내는 수술을 했는데도 여전하였고 약물치료를 시작하였는데 1년동안 복용 후 아픈통증이 크게 변화가 없자 그 병원에서 추천한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 후 또 1년 가량 약을 복용하였는데 신장기능이 11퍼센트밖에 남지 않아 약을 쓰기가 어렵다는 결과를 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움직이면 극심한 통증과 양쪽 4째발가락의 대부분이 까맣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러한 역사속에 그녀가 복용하는 약들은 그녀가 가져온 처방전을 보니 마약성진통제 패치와 우울증약, 스테로이드를 포함하여 11가지였다.

 

억울한 인생에 더해진 고통스러운 몸의 사연을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에 물었다. “아이고, 약을 1년을 먹어도 통증에 큰 차도가 없었는데 왜 계속 드셨어요?” 하니 “의사가 처방한거니까 시키는데로 먹으면 병이 좋아질 줄 알았지.‘”한다.

 

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개이상 약물을 60일이상 복용하는 다제약물복용자(polypharmacy)가 매년 증가해 2019년 200만명을 넘어섰다. 75세 이상 인구의 다제병용처방율도 23.6%에 달했다. 특히, 소득분위별로 통계를 볼 때 위의 그녀와 같은 의료급여자의 경우 다제약물복용률이 19.4%로 가장 높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제약물복용의 문제점은 약의 수가 늘어나고 복용기간이 길어지면서 부작용도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고령자에서 취약성, 기능장애, 인지장애, 낙상, 사망과 같은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되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노인다약제복용에 대한 기준점으로 Beer’s criteria 등 대응책을 마련해왔던 미국에서의 연구는 이런 활동들이 중복되는 약의 개수를 줄일 수는 있지만 임상적 유효성은 보이지 못했다고 한다. 환자들이 많은 약물을 복용하게 되는데는 위의 환자처럼 다양한 상황이 있는데 여기에 대한 대안이 없이 약에 대한 교육만 이루어지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훌륭한 의료체계안에서는 가능하다. 한약과 침치료 부항 뜸치료 등의 복합적인 한방치료방법들은 식이요법과 운동과 결합하여 몸의 치유력과 자생력을 효과적으로 증가시킨다. 너무 늦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한편 몇 번 내원하던 그녀는 한의원에 오려면 발이 너무 아파 택시를 타고 와야 하는데 추운 겨울날씨와 여러 이유로 힘들어서 내원이 끊기었다. 그 후 자다가 발톱이 빠졌는데 곪아서 수술을 했고 잘 낫지 않아 입원을 오래하였고 신장기능이 더 나빠져 투석을 시작하였다는 것이 소개한 분이 전한 마지막 소식이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