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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 스타트랙] 전설(傳說)의 목소리

 

“나는 스물일곱살에 죽지 않았으니, 천재는 아니었군.”

 

예전 음악하던 동료가 스물여덟살 생일을 맞이하며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장난삼아서 했던 이야기였지만, 당시에는 그 말이 꽤 그럴싸하게 들렸다. 우리가 좋아하던 영웅 같은 뮤지션들이 대부분 그 나이 즈음 요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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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언급했던, 스물일곱 살에 요절한 비운의 천재 뮤지션들이 있다.

아마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3J에 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바로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그리고 짐 모리슨(Jim Morrison)이다. 이름이 이니셜 제이(J)로 시작하는 세 명 모두,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불과 같이 살다가, 스물일곱의 어린 나이에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1960년대 중후반 미국을 사회적 문화로 보자면 반체제 평화주의를 부르짖던 히피(Hippie) 그리고 엘에스디(LSD)라는 마약 그리고 사이키델릭(Psychedelic)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는데, 그들 역시 이 연결고리 안에 서 있었다. 여기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던 히피라는 집단은 그 길에 닿기 위해 마약에 취했고, 또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장르화 된 음악이 바로 사이키델릭이었다. 여하튼 너무나 훌륭한 음악을 남기고 떠난 이 세 명의 기막힌 운명이 몹시 안타까울 따름이다.

 

 

 

시대가 흘러 90년대 초, 세상을 뒤흔든 뮤지션이 있었으니 바로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다.

밴드 너바나(Nirvana)의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였던 그는, 1990년대 얼터너티브 문화의 상징과도 같았다. 당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가스 브룩스(Garth Brooks),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등의 내로라하는 팝가수들을 제치고,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던 그들의 두 번째 앨범 <Nevermind>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고, 이내 첫 싱글 ‘Smells Like Teen Spirit’는 당시 젊은 세대의 송가가 되었다. 쇠락해가던 메탈 음악의 시대의 종지부를 찍고, 얼터너티브록의 시대로 바꿔 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 얼터너티브의 움직임은 비단 음악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우연인지 그 역시 1994년 스물일곱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스물일곱이라는 숫자 때문에 위 네 명만을 언급했지만, 짧은 인생을 살고 떠나간 훌륭한 뮤지션들은 꽤 많이 있다. 다시 한번 보고 싶고 듣고 싶다. 특히 요 몇 해간 당시 얼터너티브록씬의 중심에 서 있었던 뮤지션들의 사망 소식이 이어지면서, 그들의 음악과 함께했던 나의 20대의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는 상실감을 느껴왔기에, 그 마음이 더욱 크다.

 

 

얼마 전 우연히 본 TV에서 고(故) 김광석의 귀에 익은 목소리로 그의 노래가 아닌 다른 후배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는 이미 세상을 떠난 퀸(Queen)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그의 목소리로 한국 가요를 부른다. AI가 만들어낸 가상의 목소리였다. 국내외로 고인의 모습을 재현한 홀로그램을 이용해 무대에서 함께 연출한 경우는 몇 차례 봐왔으나, 비슷한 음색을 가진 사람이 녹음한 것이 아닌 데이터로 만들어낸, 그것도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해졌다. 더는 들을 수 없는 목소리에 새로운 숨을 불어 넣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놀라웠다.

 

이럴 때면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당장은 이런 기술이 가져올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요절한 뮤지션들은 전설로 남아 그 상태로 멈춰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살아있는 또 다른 전설로 계속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목소리의 오리지널리티를 떠나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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