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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 코로나 블루, 감금의 역사를 살고 있다

 

 

“우리 삶을 구성하고 단연코 나를 반짝이게 만드는, 영원히 반짝일 모래알들, 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사람들과 살아가고 또 사랑을 할 것이다.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10년 전에 타계한 박완서 작가가 남긴 글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1년 내내 뭔가 모를 상실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생활패턴이 바꿨다. 변화된 일상에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바깥 외출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답답함, 몸에 미세한 변화에도 혹시나 코로나가 아닐까하는 마음이 날 무기력하게 만든다. 누굴 만나는 것도 서로가 꺼린다. 이런 감정을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가 보다. 코로나 우울이다. 친구들도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우울증이 오는 듯 걱정한다.

 

생존에 대한 위험신호다. 그렇다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상에 미아(迷兒)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의 존재를 잃을순 없어 “언제 힘들었냐.”고 털털 털고 일어서는 날이 빨리 오길 기다린다. 백신을 기다리는 이유다. 이스라엘은 60대 이상 노인층 80%가 백신접종을 이미 마쳤다는 외신이다. 부럽다.

 

감정을 많은 이들은 색(色)이나 소리, 언어로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증세를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blue), 분노단계를 레드(red), 미래의 암담함을 블랙(black) 등으로 나타낸다. 익숙했던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어 걱정이다.

 

일상이 온(on)에서 온라인(online)으로, 택트(tact)에서 언택트(untact)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 예전엔 공기처럼 관심 없이 함께 했던 모든 것이 새삼 소중하게 여겨진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식당에서 함께 밥과 술을 나누고 얼굴을 맞대고 소곤소곤 하던, 그 당연한 것들이 소중한 것을 새삼 절감했다. 익숙한 삶의 방식과 결별하고 전에 없던 방식의 삶을 종용한다.

 

하지만 온라인이나 언택트에는 멀고 가까운 게 없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도 있지 않을까. 이제껏 나는 남을 통해서 발견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가르침 속에,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의 행동을 점검했다. 그래서 시선을 타인에게 두고 정신없이 내달려온 세월이 아닌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혼자 있는 시간으로 침잠(沈潛)하다 보니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됐다.

 

이렇게 나만을 바라보는 시간, 얼마 만이었나.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닌 ‘내 마음 속 비친 내 모습’을 살펴볼 수 시간이었다. 우린 밤하늘의 별처럼 저마다의 밝기로 서로 다르게 빛나는 것뿐이다. 지루한 삶속에서 지내다보니 행복함을 주는 책은 매력일 수밖에 없다.

 

책은 창조력의 씨앗이 된다. 지적호기심도 나온다. 거기에서 쉽게 증발하지 않을 안도감을 얻었다. 내 삶의 즐거움을 위해 시간을 냈다. 하루에 몇 번 하늘을 보며 감탄하는 날들을 보냈다. 코로나 블루,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상의 따스함이 좋은 삶의 전부라 생각하며 감금(監禁)의 역사에서 나 자신을 응원하며 극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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