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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쓰레기와 적폐청산

  • 최영
  • 등록 2021.02.10 06:00:00
  • 13면

 

동네 주변에 광려천이란 아담한 자연하천이 있다. 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사시사철 흐르고, 천연기념물 수달과 따오기도 사는 하천으로 주민들에겐 귀한 쉼터이다. 도시 주변의 자연하천이 대개 그렇듯이 생활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버려진 쓰레기가 눈에 거슬려 4년 전부터 산책할 때마다 마대자루에 집게로 줍기 시작했다. 재미삼아 이 짓을 300회 가까이 하게 되니 환경에 관심있는 주민들이 하나둘 만났고.. 급기야 ‘줍다’와 ‘조깅’을 합해 ‘줍깅’을 같이 해보자며 ‘광려천을 걸으며 줍는 사람들’이란 모임까지 생겼다. 그러나 줍깅을 반복해도 쓰레기는 재생산 될 뿐 결코 없어지진 않았다. “어떻게 하면 광려천에서 쓰레기를 없앨 수 있을까?”

 

어디 환경문제 뿐이랴. 세상일도 비슷할 터. 촛불혁명을 디딤돌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에게 사람들이 원한 것은 ‘적폐청산!’, 대한민국의 묵은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것이었다. 재벌과 검찰, 사법부, 언론 등의 기득권집단들에 맞서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간절한 바램은 눈앞에서 검찰의 벽에 막히고, 사법부의 노골적인 비호에 꺾여 나갔다.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의 공사를 수주해 최악의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킨 박덕흠 전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 검경에서 제대로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나경원 전의원의 딸 성적을 강사가 임의로 대폭 올려준 사실이 드러났다. 만일 조국 전장관의 자녀가 그랬다면 검찰이 지금처럼 “강사의 재량”이라고 넘어갔을까? 개혁이 수렁에 빠져 허덕일 때 기득권집단은 부동산투기와 부정비리로 엄청난 불로소득을 쓸어 담았고 노동자와 영세상공인들은 코로나사태의 여파를 맨 몸뚱아리로 받아내며 삶의 벼랑 끝에서 발버둥쳐야 했다.

 

이런 불공정한 현실들이 공동체의 탑을 허물고 양극화라는 골짜기를 만들었다. 이것을 바로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윤석열검찰총장만 바꾸면 검찰의 선택적 정의가 사라질까? 문제판사 몇 명을 쫒아내면 사법부의 판결이 바로 설까? 기자 몇 명을 징치하면 가짜뉴스가 사라질까? 기득권의 탐욕과 오만은 광려천의 쓰레기처럼 재생산될 뿐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적폐는 일거에 청산되지 않고 늘 동행한다. 이게 현실이다.

 

그럼 지난 몇 년이 무의미했는가? 천만에!! 그 탈 많던 공수처도 출범했다. 검경수사권조정도 해냈고 검찰총장 징계도 때려보았다. 처음으로 법관을 탄핵했다. 언론개혁도 첫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다. 힘들었지만 여기까지는 왔다. 그런데 지금 적폐들이 더욱 거세게 발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이 더 불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백주대낮에 쓰레기가 잘 보이는 것처럼 세상이 더 밝아져서 드러난 것이다. 더 시끄럽다면 기득권의 이해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천의 쓰레기도 버리는 사람보다 줍는 사람이 많아질 때 해결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적폐청산 역시 공동체가 기득권집단을 억제할 수 있으면 이루어진 것이다. 광려천에 비닐봉지를 들고 걷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듯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건너갈 강이다. 그때 대한민국은 지금처럼 외형적 선진국에서 공정한 사회로 선진국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믿는다. 그렇게 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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