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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씨, 진채색화 40년전 열어

채색화는 국내화단에서 한때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이는 색채 중심의 북종화(北宗畵)보다 수묵 위주의 남종화(南宗畵)를 높이 쳤던 조선시대 화풍에 영향받은 현상이었다. 채색화의 왜곡은 일제시대를 지나면서 더 심해져 `왜색'이라는 용어가 덧씌워졌다.
전통의 단청이나 민화에서 보듯이 채색화가 엄연히 한국화의 주류였음에도 화단은 이를 `우리 그림'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해방 후에는 일제잔재를 뽑는다며 채색화에 철퇴를 가했고, 급기야 1967년 제16회 국전에서 낙선한 채색화가들이 덕수궁에서 `제16회 국전 동양화부 낙선 작품전'을 열며 집단항의하기에 이르렀다.
묵화 일변도의 화단 풍토에서 채색화가들이 설 자리는 좁았다. 김기창과 박생광, 천경자 등이 대학에서 채색화를 지도하는 정도였으나 대세를 이룬 수묵에 비하면 미미한 실정이었다. 선배들의 고군분투 끝에 지금은 형편에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채색화의 외길을 걷는 것은 한때 그만큼 힘겹고 외로웠다는 얘기다.
오는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인전을 마련하는 이승은씨는 무관심과 폄하 속에서도 40년 동안 오로지 채색화의 세계를 지켜온 보기 드문 화가로 꼽힌다. 전시장 400평을 꽉 메우게 될 이번 진채색화 40년전은 1963년작 `여인상'을 비롯해 최근작인 `생의 찬미' `무덤으로' 등 모두 150여점을 한 자리에 펼침으로써 화합 40년을 회고하게 된다. 마침 올해가 작가 나이 60이 되는 해여서 회갑기념전의 의미도 갖고 있다.
이씨는 천경자씨가 배출한 채색화 제1기생이었다. 그는 홍익대 미술대학에서 류지원, 오낭자, 이숙자씨와 더불어 채색을 익혔는데, 함께 정진한 남성화가로는 정은영, 김흥종씨가 있었다. 이씨에 대한 스승의 사랑은 지극해서 제자이자 친구처럼 그리고 딸처럼 아끼고 보살폈다.
작가는 이번 일곱 번째의 개인전에 어느 때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회갑에다가 1982년 첫 개인전 이후 20년째를 맞는 해여서 더욱 그렇다. 한 가지 가슴아픈 것은 전시를 목전에 두고 KBS 음악 프로듀서 출신인 남편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남편에게 바치는 아내의 마음깊은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씨는 꽃이나 정물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겨운 소재를 진채색으로 작품화해왔다. `무리들' `빨랑 가자 경사났네' 등처럼 물속을 헤엄치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로 생명력과 바닷속 세계를 묘사하기도 했다. 올해 제작한 `무덤으로'는 남편을 잃은 작가의 아픔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작품은 관념의 소산이 결코 아니다. 꽃이나 풀, 나뭇잎의 제 색깔을 잡아내기 위해 실제로 꽃을 가꾸고 집안에 없는 풀의 생태에 대해서는 산과 들로 나가 그 오묘한 세계를 스케치해온다. 물고기와 바닷속 풍경은 집 근처에 있는 여의도 63빌딩 안의 수족관에서 모티브를 얻어온 것이다.
미술평론가 박용숙씨는 "이씨의 작품은 강렬한 실험정신에서 출발하며 진채를 통한 대상추구는 북종화에 맥락을 두는 것이다"고 평가한다. 월간 `아트 인 컬처' 대표 이규일씨는 "전주 다가공원에 추념비가 서 있는 그의 외조부가 애국지사였다면 이씨는 온갖 추대접 속에서도 꿋꿋하게 채색화의 한 길을 걸어왔다는 점에서 `미술지사'라고 할만하다"고 말한다. ☎780-7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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