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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우리가 미얀마다!

  • 최영
  • 등록 2021.03.10 06:00:00
  • 13면

 

청년은 “학살중단! 군부퇴진!”이란 피켓을 들고 있었다. 마스크 위 청년의 눈은 맑고 깊었다. “고향 가족들 걱정에 많이 힘들겠어요”라고 말을 던지자 눈동자에 금방 물기가 맺혔다. 7일 창원시청 앞 미얀마민주화투쟁 연대집회에서 만난 청년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미얀마교민들과 창원시민들이 광장에 띄엄띄엄 둥글게 섰다. 그야말로 국제집회였다. 교민들은 ‘미얀마의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 알려진 민중가요 ‘예찌비’(Thway Thitsar)를 불렀다. “형제자매들이여. 단결하고 또 단결하자. 우리는 피로 역사를 썼다..”로 시작하는 내용으로 3천명이 희생된 88년 투쟁을 기리는 상징노래이다. 집회에 참여한 창원시민들은 답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군부의 탄압을 피해 떠돌다 94년 한국으로 망명한 '한·미얀마연대'의 조우모아대표는 한국어와 미얀마어로 번갈아 말했다. “버마는 세 번의 쿠데타가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 저항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나눠주세요. 도와주세요”라며 애타게 호소했다. 이들은 전날 문재인대통령이 “군부의 폭력진압을 규탄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간절히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시민들의 연대사도 미얀마어로 통역되었다.

 

“우리가 미얀마다. 미얀마가 광주다. 대한민국은 당신들을 지지합니다”

 

집회는 시민들이 미얀마교민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주먹을 부딪치며 "힘내세요. 꼭 이길겁니다"라는 인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미얀마청년들은 폰으로 페이스북 생방송을 시도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투쟁을 지지하고 있음을, 멀리서 교민들도 함께 싸우고 있음을 미얀마 형제들에게 전하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안전하잖아요. 그게 너무 미안해요”라며 슬퍼했다.

 

19세 어린 소녀가 총탄에 목숨을 잃고 군대가 그 시신을 파헤치는 참혹한 일들이 21세기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어찌해야 하는가?

1936년 스페인에서 프랑코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전 세계에서 공화주의를 지키려는 의용군이 국제여단의 이름으로 참전했다. 소설가 앙드레말로, 조지오웰, 헤밍웨이 등도 그 일원이었다. 당시 스페인내전은 ‘인류양심의 전쟁’이라 불리었다. 지금 미얀마 역시 국제여단은 아니더라도 물심양면으로 지지하고 연대하며 지켜주려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미얀마다!” 40년 전 우리가 겪었던 전두환과 신군부의 만행을 세 번째 겪고 있는 미얀마! 세월은 흘러 우리가 걸어온 길이 그들에겐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오히려 두렵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완벽한가? 형식적 민주주의는 피땀어린 희생으로 쟁취했지만 눈밭을 지나온 우리의 발자국도 심히 어지러웠으니 잘 살펴서 걸어야 할 터인데.. 물론 당장은 쿠데타를 극복함이 우선이다. 수치여사의 행적이 마땅찮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청년의 눈물 앞에 다른 말은 사치였다. 80년 광주의 시민들에게 가장 간절했던 것 중 하나가 세계의 지지와 응원이었다. 오월광주를 거듭 겪고 있는 미얀마에 우리가 손을 내밀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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