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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5.18 민주 항쟁, 그리고 미얀마 사태까지... ‘혁명’으로 크로스오버 되는 몸짓의 향연

경기도무용단, 창작공연 ‘률(律)’ 4월 1~2일 무대에 올려
‘만적의 난’ 모티브... 가상 인물 통해 자유와 해방 의지 완성
한국무용계의 첫 번째 ‘한국판 스파르타쿠스’

 

오는 4월 1일과 2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질 댄스컬, ‘률(律)’은 정말이지 놓치면 가까운 작품이 될 듯하다.

 

경기도무용단(예술감독 김충한)의 아름다운 춤사위와 화려한 군무가 돋보이는 압도적인 무대는 기본, 가슴을 울리는 한 편의 드라마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것은 과거 5·18 민주 항쟁으로부터 지금의 미얀마 사태까지, ‘혁명’이란 이름으로 크로스오버 되며 심금을 울린다.

 

댄스컬은 무용극과 뮤지컬이 결합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는 ‘친절한 무용단’을 지향하는,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김 감독의 소신에서 비롯됐다. 몸짓으로 들려주는 드라마에 약간의 대사가 더해진 흥미로운 장르가 탄생된 셈이다.   

 

 

그래서 준비한 이벤트도 눈길을 끈다.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의 사인회가 있을 예정으로, 관객들에게 추억 한 장을 선사하기 위한 엽서도 미리 만들어뒀다고 한다. 특히 ‘률’의 성공적인 공연과 레퍼토리 작품으로의 구축을 바라는 김 감독이 공약을 하나 내걸었으니 함께 챙겨보자. 커튼콜 때 어떤 방식으로든 ‘하트’ 모양의 제스처를 해줄 예정이라니 말이다.       

 

◆한국판 스파르타쿠스, 창작공연 ‘률(律)’로 만나는 민주 항쟁 

 

군부 독재세력의 학살 만행에 의해 신음하고 있는 곳, 지금 미얀마의 상황은 자연스럽게 1980년 광주를 떠올리게 한다. 그 모습이 너무 닮아 있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각계 응원도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만적의 난’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 ‘률’ 역시 무신정권의 득세와 권력의 사유화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극심했던 시기, 이 땅의 강건한 자유와 해방 의지를 불태우는 생생한 장면들이 목격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시대가 다른 두 민주 항쟁을 겹쳐보게 되는 것이다.

 

 

다만, 작품 ‘률’은 ‘만적’이 끝내 달성하지 못했던 혁명을 가상의 인물을 통해 성공적으로 완성시키는, ‘통쾌함’이란 비장의 무기를 장착하고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김충한 경기도무용단 예술감독은 “이 작품의 주제는 ‘혁명’으로, 과거 우리나라의 5·18 민주화운동, 최근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이슈 등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라며, “역사는 반드시 그러한 순간을 기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대 로마의) 스파르타쿠스와 겹치는 부분도 상당히 있어 ‘한국판 스파르타쿠스’라고 명명했다”면서, “오페라나 발레, 연극 등의 장르에선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다룬 적이 있지만, 한국무용계에선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가 건립되고 200여 년이 흐른 시점의 실존 인물인 ‘만적’은 한국판 스파르타쿠스라 불리기도 하는데, 두 인물 모두 당대 최하층 계급이었던 노비신분으로 이를 타파하기 위한 봉기에 앞장섰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세 번이나 무산된 공연, 극강의 완성도로 ‘전화위복’

 

경기도무용단의 창작공연 ‘률’은 지난해 시즌 첫 작품으로 선보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세 번이나 공연이 무산되는 쓴 맛을 봤고, 연말에야 겨우 그 시작을 알릴 수 있었다. 그러니 이번 무대가 감독이나 단원들 모두에게 더없이 소중한 건 두말 하면 잔소리다.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작품의 ‘완성도’다. 매번 실제 공연이 가능한 리허설까지 마치기를 서 너차례 반복했으니 ‘당연한 일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뼈아픈 시간이었지만 배우들 각자는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재해석을 거듭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감독은 시스템이나 안무의 성격 등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짚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김충한 감독은 “예를 들어 ‘백조의 호수’ 같은 작품들을, 내용을 몰라 보러가는 건 아니지 않나. 결국 어떻게 표현을 하느냐, 어떻게 내용을 이해하고 재해석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면서, “우리 배우들의 이해도와 숙련도가 전체적인 면에서 엄청 높아졌다. 감독인 내가 감동 받을 정도”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장면이 추가됐다. 이는 지난해 공연에서 ‘스파르타구스란 이름에 걸맞는 남성적인 뭔가가 없다’는 의견이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연습이 얼마나 고됐을 지는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1년 넘게 마스크를 쓰고 이리저리 뛰었을 단원들을 생각하니 안쓰럽기까지 했다. 김 감독은 “무용이라는 것이 사실은 몸으로 한 두 시간 정도 뛰어야하는데, 말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뛰면서 에너지를 써야 되는 입장이니까 많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남자주인공 ‘률’ 역의 정준용과 여주인공 ‘랑’을 맡은 최은아는 “작년 3월 시즌 첫 번째 작품으로 선보일 예정이었는데 겨울에야 무대에 올릴 수 있었고, 예정된 공연을 다 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올 한해 계획돼 있는 공연들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더 열심히 준비해온 만큼 열정적인 무대로 관객분들과 만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뿌리가 있는 단체’ 최고 기량 단원들과 레퍼토리 대표작 기대  

 

댄스컬이란 장르로 야심차게 만든 작품 ‘률’을 경기도무용단의 대표작으로 해 레퍼토리를 구축하겠다는 게 김충한 감독의 목표다. 기회가 된다면 경기도 전역을 다 돌면서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게 그의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좋은 작품을 새로 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작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 또한 레퍼토리 성격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믿는 까닭이다. 게다가 제작비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인데, 1회성으로 끝내는 건 말그대로 낭비라는 김 감독의 철학이 묻어난 결과이기도 하다.

 

김충한 감독은 “14년여를 감독생활을 하며 여러 단체를 가봤는데, 그 중 경기도무용단은 아주 우수한 단체”라며 “젊은 단원들부터 연륜이 있는 단원들까지 체계적으로 잘 돼 있다. 특히 한국무용이 전통의 계승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기도무용단은 뿌리가 있는 단체”라고 평가했다.
 

극의 흐름에 따라 필요한 무용이 들어가 있는 전개, 말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지만 약간의 대사를 곁들여 재미까지 더한 작품. 이것이 현재 ‘률’의 모습이라면 다음 번엔 멋진 주제곡과 넘버를 갖게 된, 혹은 다른 장르와 협업이 이뤄진 색다른 모습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연시간 오후 8시/R석 4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관람연령 취학아동 이상/소요시간 110분.

예매 1544-2344, 문의 031-230-3319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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