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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대를 기억하는 일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입니다”

91년 5월 투쟁 희생자 강경대 열사 유가족 인터뷰
“아들이 꿈꿨던 민주주의와 조국통일 이루는 것이 여생의 목표”

 

“내가 가진 것 모두 내어 줄 테니, 노태우 아들 데려오라고 했어요. 두말 않고 돌아가더군요.”

 

14일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린 91년 5월 투쟁 30주년 기념전에서 만난 강경대 열사의 아버지 강민조 씨(80)는 강경한 어조로 당시를 떠올렸다.

 

아들 강경대가 사망한 후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백방으로 뛰던 강민조 씨를 노태우 정권은 다각도로 압박했다. 어느 날은 집으로 찾아와 20억 원을 주겠다며 회유해 좋은 말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랬더니 금액이 적어서인 줄 알았는지, 50억 원을 통장에 넣어주겠다고 또 찾아와 “돈으로 아들을 팔라는 말이냐. 노태우 아들을 데려오면 원하는 것 다 해주겠다”라고 쫓아냈다.

 

강 씨의 울분은 경대가 못 이룬 꿈, ‘민주주의와 조국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이어졌다. 강민조 씨는 현재 ㈔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장을 맡아 팔순이 된 지금도 다양한 민주화운동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아들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꿋꿋하게 산다지만, 여전히 3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가슴이 무너진다.

 

 

 

“1991년 4월 26일 명지대 교수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경대가 시위를 하다 다쳐서 영안실에 있다고. 다쳤는데 왜 영안실에 있지? 가슴이 철렁해 아이 엄마와 함께 택시를 타고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학생들이 이미 아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경대를 살려내라”며 항의를 하는 중이었다. 그대로 주저앉아 울다 다시 일어나 병원에 들어가며 '경대를 죽인 이들을 꼭 찾아내겠다'라고 마음먹었다.

 

진상규명 과정에서 정부는 거짓말을 일삼았다. 그 자리에 있던 전경들이 강경대 열사가 시위 도중 10m 밖에서 화염병을 던졌다고 증언했다. 강민조 씨는 “경대는 틈만 나면 책만 읽던 얌전한 아이였다. 시위를 말리면 말렸지, 나서서 화염병을 던진 적이 없다”라며 “첫 재판 날 법정을 다 때려 부숴버렸다. 그 길로 구치소에 들어가 8개월을 살았지만 후회 없다”라고 단언했다.

 

옆자리서 남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강경대 열사의 어머니 이덕순(72)씨는 조용히 눈가를 훔쳤다. 며칠 전 이삿짐을 정리하다 아들의 손편지를 또 한 장 발견한 게 생각이 난다고 했다. 대학 입학을 앞둔 아들은 엽서에 ‘고생도 낙으로 알던 어머니,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올바르게 사는 사람이 되겠다. 어머니, 아버지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라고 적었다.

 

 

“엄마 말이라면 껌뻑 죽던 경대는, 사춘기가 없나 싶을 정도로 착한 아이였어요. 평생 할 효도를 스무 살 전까지 다 하고 갔나 하는 생각마저 들어요.”

 

이덕순 씨는 “잘 자라줬다면 50이 됐을 터다. 결혼하고 자식을 키울 나이인데, 보지 못해 엄마로서 가슴 아프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강경대 열사의 부모는 “기억해 달라”라고 호소한다. 강경조 씨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역사다. 좋은 건 보존해서 후손에게 물려주고 나쁜 건 다신 그런 일을 벌이지 말자고 교훈 삼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깨끗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91년 5월 투쟁도 더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조명해야 한다고 강 씨는 강조한다.

 

“조작에 의해 의미가 희석되고, 마치 파렴치한 패륜아라고 몰았던 91년 5월 투쟁의 역사를 이제는 끄집어내 기억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진실하게 재조명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역사로 남겨야 합니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