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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6년에 걸쳐 마무리한 회상기, 최홍규 ‘솔바람 소리’

16년 만에 나온, 역사학자의 삶과 학문 집대성한 책
힘들었던 해직 시기 향토사 연구 매진으로 새로운 활로 개척
"독자들 역사에 대해 바로 알아 지금 시대 잘 이끌어갈 수 있길"

 

“16년 만에 쓴 책이다. 1985년 해직된 시기부터 현재까지 36년 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마 내 마지막 저서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 최홍규 역사학자는 자신의 책 ‘솔바람 소리-한 역사학자의 삶과 학문 그리고 어머니’에 대해 학문적 회고록이라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초등학교에 입학해 6·25전쟁, 4·19혁명 등 한국사에서 주요한 상황을 몸소 겪은 그의 삶에는 대한민국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듯했다.

 

1985년 대학 교수직에서 해직된 바 있던 그는 “80년대 군사독재체제에 항거하는 지식인 시국선언에 동참해 선언문의 기초를 만들었다. 이 일로 5년 간 해직됐었다”면서 “좌절하지 않고 분발을 다짐해 오히려 더 왕성한 연구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신채호를 연구해오던 내가 지방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의 일이다. 역사의 단위는 향토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연구가 부족했다. 백령도, 파주 등 경기도 일대를 다니며 연구를 진행했고, 지방사·향토사를 개척해 선도해나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본디 실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그는 향토사 연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실학자 우하영 선생에 대한 탐구를 이어갔다. 그는 “우하영 선생은 향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으로 보면 지방분권의 성격을 담고 있다. 행정적 요소뿐만 아니라 지방의 특색에 따라 농업도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한 우 선생의 말은 산업의 특성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직 시기임에도 그의 학문적 탐구심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현재 소장 중인 책이 2000여권이나 된다는 그의 지적 호기심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왔다.

 

봉황새가 깃들어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봉황동에서 태어난 최홍규 역사학자는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안방 벽장에 있던 어머니께서 가져온 ‘춘향전’, ‘조웅전’ 등 고대소설과 ‘은세계’, ‘치악산’ 등 신소설을 읽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내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것 중 하나가 독서 편력이었다. 고교시절부터 대학 초년생 때에 이르기까지 문학, 역사, 철학 등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그 시기 돈암동, 혜화동, 청계천 5가 일대의 중고서점을 순례하는 것이 일과였다”며 웃어 보였다.

 

이때의 경험은 다른 젊은이들보다 폭넓은 정보, 깊이 있는 지식, 문제의식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어쩌면 이러한 문제의식이 그가 민주화운동 선언문의 기초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사독재에 맞선 선택은 그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빼앗아갔다. 패기가 넘치던 그가 고난과 시련을 겪은 후 찾은 곳은 고향집이었다. 최 선생은 “고향집에서 청소년 시기 이후 솔바람 소리를 다시 듣게 됐다. 그간 가슴에 묻어뒀던 고난과 시련을 잠시 잊고 위로받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1989년 복직한 최홍규 역사학자는 해직 시기 연구해온 향토사를 더욱 탐구함은 물론 우하영 선생에 대한 연구까지 병행했다. 이후 논문과 저서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지난 2005년 정든 학교를 떠났다.

 

그는 “일련의 일들을 겪으며 인간은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자기가 처한 현실에 성심성의로 최선을 다한다면 새로운 활로가 열린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솔바람 소리는 한 문장 한 문장 각고의 노력으로 정성을 담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역사에 대해 바로 알아 지금 시대를 잘 이끌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삶은 분명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진흙 속에서 핀 꽃이 더욱 아름답듯, 학자로서 또 교수로서의 삶은 그 누구보다 빛나는 듯하다.

 

[ 경기신문 = 김도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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