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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함경도 순대

 

 

찹쌀 순대라고 하면 사람들은 함경도 아바이 순대를 떠올린다. 그러나 현재 북쪽에는 함경도 지역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바이 순대’는 없다. 다만 육류와 어류로 만든 돼지순대와 명태순대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사용하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돼지순대는 귀한 음식이었지만 명태순대는 함경도 고향에서는 대중화된 음식이다.

 

남쪽에서는 1960년대 돼지고기를 수출했는데 내장은 수출할 수 없어 이때부터 순대는 일반인들도 쉽게 사먹을 수 있는 대중음식이 되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경기도 우시장이 있었던 곳에는 용인백암순대, 한약집산지인 제천에는 한방순대, 지역의 재료를 사용한 천안병천순대가 있다. 당면을 넣은 돼지순대가 국민음식으로 인기가 있을 때 함경도 ‘아바이순대’는 찹쌀과 선지, 채소를 넣어 손이 많이 가는 고급음식으로 조명되었다. 당시 유행되었던 돼지국밥의 원조는 실향민들이 만들어낸 음식이라고 한다.

 

북쪽에서 돼지순대는 대중화되지 않은 고급음식이다. 단백질 공급을 위해 ‘풀과 고기를 바꾸자’는 구호를 내놓고 토끼를 비롯한 초식동물을 장려하기도 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돼지목장도 있고 기업소 내에서도 돼지를 키운다. 그러나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육류는 명절에 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귀한 것이었다. 그러면 돼지순대는 어떻게 먹을 까. 전통적 방법으로 개인이 돼지를 기른다. 새끼돼지는 6개월이면 육십키로 이상의 무게가 나간다. 개인은 이것을 식량과 맞바꾸고 협동조합이나 공동체에서 돼지를 구매하여 특별한 날에 모여서 순대를 만든다. 돼지순대는 지역마다 재료가 조금씩 다를 수 있어도 내장과 선지를 넣고 쌀과 채소를 넣는 것은 비슷하다. 그러나 지역이름을 가진 신림동의 순대타운 같은 곳은 없다. 요즘은 북한에서도 돼지목장을 만들어 육류가공의 산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남한의 삼겹살이나 돼지순대처럼 대중음식으로 되려면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북에서 대중화된 순대라면 함경도 특산인 명태순대가 있다. 1980년대까지 동해안에 위치한 함경도에는 명태어획의 황금기였다. 겨울이면 명태덕대가 집집이 쌓이고 명태김치, 명태깍두기, 명태식혜 등 다양한 요리들이 등장했다. 명태순대는 함경북도에서는 명태 머리로, 함경남도에서는 몸통으로 만든다. 명태순대 만드는 재료와 방법은 지역마다 사람손맛에 따라 다르다. 추운 겨울 명태순대를 밖에 걸어놓으면 황태처럼 얼고 녹기를 반복한다. 명절이나 반가운 손님이 오면 별식으로 내놓았다. 고난의 행군시기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명태는 금태가 되었다.

 

실향민들이 만들어낸 함경도 아바이 순대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명태순대는 그렇지 못하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돼지고기에 비해 명태는 러시아산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남한에 정착한 북한출신에게 돼지순대보다 더 반가운 것은 고향에서 즐겨 먹었던 명태로 만든 음식일 것이다. 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이 한국순대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면 경제적 이유로 고향을 떠난 그리움의 맛인 함경도 명태순대가 국민음식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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