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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의 시시비비] ‘틀리다’는 틀렸다

  • 안휘
  • 등록 2021.06.16 06:00:00
  • 33면

 

 

이웃에 살고 계신 이중길 전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특별한 분이지요. 오래전에 퇴임하신 선생님은 트래킹 마니아들에게는 전설적인 인물이에요. 지난 2012년 칠순의 연세에 유럽을 가로지르는 5600㎞ 어마어마한 길을 걸어서 완주하신 놀라운 기록을 갖고 계시기 때문이랍니다. 매일 25~67킬로미터씩 걷는 불가사의한 도보의 결과였다고 하니 말이 안 나올 지경이지요.

 

선생님이 들려주신 유럽횡단 에피소드에는 신기한 내용이 많지만,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파이팅(Fighting)!’이라는 응원 구호 이야기예요. 굳이 비유하자면 중국의 ‘짜유(加由)!’ 정도가 될 텐데요, 유럽 여행 중에 아무 생각 없이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써먹었다가 상대방이 정말 싸우자는 건 줄 알고 표정이 새파래지는 바람에 곤경을 겪었다더군요.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우리는 ‘파이팅!’을 아무 데서나 남발하고 사는 것 같아요.

 

우리가 무심코 쓰고 사는 언어습관 중에는 ‘전투적’이거니 ‘적대적’인 게 적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틀리다’라는 말은 참 심각해요. ‘다르다’라고 말해야 할 때 ‘틀리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예요. 텔레비전 속에서도 그렇고, 길거리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남녀노소들이 수두룩합니다. “난 너와 생각이 틀려.”, “어제 입었던 옷과 오늘 입은 옷이 틀려.”, “역시 장사꾼들은 생각하는 게 틀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사례가 많지요.

 

우리 사회가 유독 민주주의의 기본 덕목인 다양성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한 것은 이런 ‘극단적인 인식의 오류’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과 생각이 나하고 같지 않을 때 왜 우리는 무작정 ‘틀리다’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무의식 속에 ‘나와 다른 건 다 틀린 것’이라는 편견이 완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탓은 아닐까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틀리다’의 반대말은 ‘맞다’라고 돼 있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다르다’의 반대말은 ‘같다’이지요. ‘다르다’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이나 제3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을 전제한 배려심이 발휘된 의사 표현입니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을 무턱대고 ‘틀리다’라고 말하는 순간, 옳고 그름을 나누는 가치개념이 개입되는 겁니다.

 

성숙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잘못 사용하는 ‘틀리다’라는 말을 ‘다르다’고 옳게 사용하도록 고쳐야 합니다. 최근의 국민적 관심사인 ‘공정’과 ‘평등’, ‘차별금지’의 미덕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타인의 ‘다를 권리’를 부정하는 그릇된 인식은 반드시 고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버릇부터 고쳐야 해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고, 그 ‘다름’은 최대한 존중돼야 합니다. 그리고 제발, 스포츠 현장 말고 다른 곳에서는 ‘파이팅!’이라는 말 좀 쓰지 맙시다. 세상천지를 전쟁터로만 여겨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