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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기본소득 4차산업혁명 시대의 희망

 

대량실업의 위기를 가져올 4차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실업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각종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여러 복지 정책 중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지원금인 '기본소득'이 눈에 띈다. 경제 생태계를 순환시키기 위한 작용도 한다. '식(食)'에 대한 소비를 해결함으로써 가장 기본적인 경제의 말초 혈관을 돌리는 것이다. 세계 여러나라의 기본소득을 연구하고 있는 최인숙 교수로부터 기본소득의 가능성과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최인숙 교수는 파리정치대학에서 여론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동경대 사회심리학과에서 박사후기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 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여론과 불평등, 빈곤 문제 등의 그의 주요 연구 분야다.

 

-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최 교수가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정치적 관점이었다. 그는 지난 2017년 프랑스 사회당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브누아 아몽이 기본소득제를 들고 나와 예상을 뒤엎고 1위를 했던 것을 관심있게 지켜봤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오픈 프라이머리는 당원과 일반 시민들이 자당의 대통령 후보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선제도이다. 우리도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다.

 

이후 진행된 대선에서 기본소득제를 사회당의 정책공약으로 정하고 로봇세를 걷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아몽의 말에 공감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고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의 기본소득 진행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논의가 시작된 기본소득. 경기도의 추진 형태에 대한 견해는?

 

기본소득은 흔히 모든 국민에게 매월 빈곤수준 이상의 현금을 어떤 의무나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경기도의 기본소득을 본다면 제대로 된 기본소득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경제학자 위고 젠틸리니(Ugo Gentilini)의 말처럼 기본소득의 정의는 수없이 많다. 경기도 기본소득은 정통 기본소득 개념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기본소득으로 가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맞지 않을까 생각된다. 

 

- 기본소득이 4차 산업혁으로 우려되는 대량실업 등 사회적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4차산업혁명은 길게 갈 것이고 따라서 우리를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기존의 많은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 고용이 극도로 불안정하다.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것을 보면 2020년까지 5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또 노동의 우버화로 독립적인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로는 커버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일부 국가에서는 기본사회보장제도가 만성적인 병을 앓고 있어 기능이 어렵다. 기본소득이 대안이 될 것으로 본다.

 

기본소득은 있는 자의 돈을 걷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준다는 의미보다 부자들도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이 소비를 않는다면 그 경제는 작동할 수 있을까? 스위스 정치인 알랭 베르쎄의 말처럼 기본소득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 기본소득 외에 다른 해법을 찾아본다면

 

기본소득 외에 일자리를 나누는 일자리 공유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소비의 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고, 최소한의 물품을 구비해 살아가는 미니멀 라이프가 필요하다. 더 이상 성장만을 부르짖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반성장주의를 외치고 싶다.

 

-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제가 알기로 한국의 몇몇 경제학자들은 심도 있는 연구를 해 기본소득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단지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 가능한지 서로 심도 있게 논의를 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어떤 것이 될 수 있는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된다고 본다.

 

애매모호한 상태로 기본소득을 실시하겠다고 하면 이는 포퓰리즘과 다를 바가 없다. 연동형비례대표제나 여성할당제 등등 민주적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제도를 도입해 결과는 어떻습니까. 이제 이런 식의 제도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

 

- 해외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과 국내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의 차이는 어떻게 보는지

 

제가 경험한 프랑스 기본소득 운동을 보면 우리와 많이 다르다. 기본소득 개념부터 정립하고 그 개념에 맞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그러한 면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보수는 보수적 개념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진보는 진보적 개념의 시나리오를 제시해 서로 공방하고 타당성을 찾아 협의해 나가는 데 우리는 이런 과정이 언제나 부족하다. 우리 민주주의는 절차적 정당성이 여전히 부족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 세계 10여개국의 기본소득에 대한 고찰을 하셨다. 가장 진전된 곳은 어디인지

 

가장 진전된 곳이 이곳이다 라고 한 나라를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프랑스 사례가 흥미진진하다. 2017년 대선에서 기본소득이 큰 반향을 일으켰고, 민간 싱크탱크기관들이 기본소득 시나리오들을 개발해 프랑스 사회에 맞는 모델이 어떤 것인지 논쟁하고 있고, 코로나 19로 기본소득 공론화를 법제화하고 있다.

 

- 한국에서 기본소득이 시행될 경우 바람직한 방향은

 

기본소득이 실시되려면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진보 정치인 몇 사람이 기본소득을 강력히 추진한다고 해서 실현될 수는 없다고 본다. 프랑스 장조레스 재단이 이야기하듯 기본소득은 하나의 혁명이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

 

이 거대한 일을 몇몇 사람의 힘으로 성공시킬 수는 없다. 물론 그들의 시작이 역사를 바꾸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는 높이 평가한다. 다만 정계, 학계, 시민단체가 모두 관심을 갖도록 담론을 형성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내년대선이 프랑스 2017년 선거처럼 기본소득이 큰 화두로 떠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 경기신문 = 유진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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