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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로 흩어진 독립운동의 흔적들…뭉우리돌의 바다

[신간]뭉우리돌의 바다 / 글·사진 김동우 / 수오서재 / 440쪽 / 2만 원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의 흔적을 발굴하고 기록한 책 ‘뭉우리돌의 바다’(수오서재)가 출간됐다.

 

‘뭉우리돌’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큰 돌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백범일지’에는 독립운동 정신의 상징으로 나온다.

 

백범일지에서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된 김구에게 일본 순사는 말했다. “지주가 전답의 뭉우리돌을 골라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

 

순사의 협박에 김구는 “오냐, 나는 죽어도 뭉우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고, 살아도 뭉우리돌의 책무를 다하리라”고 답한다.

 

 

일제가 그토록 남김없이 골라내고자 했던 뭉우리돌은 비단 한반도와 상해, 만주에만 있지 않았다. 

 

대한의 독립을 꿈꿨던 선조들은 연고도 없는 세계 각지로 흩어져서도 학교를 세우고 우리말과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숭무학교 등 독립군 양성 기관을 만들었다.

 

또한 그들은 하루 일해 겨우 하루 먹는 것도 힘든 고달픈 이민자의 삶 속에서도 한 푼 두 푼 피와 땀의 결정체를 모아 독립자금으로 보탰다. 

 

그렇게 일생을 바쳐 ‘뭉우리돌’이 된 이들.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여전히 후손들이 자리잡고 있다. 

 

 

저자 김동우가 직접 만난 후손들은 선대의 독립운동에 대한 자부심과 애환, 고되었던 어린시절에 대한 원망, 독립 정신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현장에서 만난 후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짙고 씁쓸한 마음을 안았다고 한다. 

 

일제로부터 대한이 독립을 한 지 8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친일을 한 자들의 후손은 떵떵거리며 호의호식을 하고, 독립운동을 한 자들의 후손은 가시밭길을 걷고 있어서다.  

 

“아버지의 독립운동이 가족에게 남긴 게 도대체 뭐냐고요. 예전에는 우리 아버지가 참 훌륭한 분이란 자부심 하나로 살았어요. 그런데 점점 그게 아닌가 봐요.” - 청산리 대첩 마지막 생존자 이우석의 후손 이춘덕

 

한국과 교류가 적은 쿠바에는 아직까지 독립운동 서훈을 전달하지 못한 사례가 15건에 달한다. 2015년 한국일보 통계자료를 보면 국가의 지원을 제대로 받고 있는 후손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75.2%에 달하는 후손이 월 개인소득 200만 원 미만이며, 70%는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지 못했다. 

 

또한 선대들이 뭉우리돌이 되어 독립의 정신을 흐르게 한 그곳은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채 텅 비어 있다.

 

때문에 저자는 후손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찍는다. 불과 백 년이라는 시간 만에 우리의 기억과 역사 속에서 희미해진 독립운동을 표현한 방법이다

 

그러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사적지 현황과 변변찮은 보훈 정책을 지적하며 기록하고 기억할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린 모두 실패했으나 포기하지 않았던 조상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 부채를 갚기 위해서라도 잃어버렸던 역사를 톺아보고 오롯이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21세기 독립운동’이자 ‘대한이 사는 길’이다.”_본문 중에서

 

저자는 신문사 기자로 일하다 사표를 낸 후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인도 겔리 레드 포트가 한국 광복군의 훈련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2017년부터 독립운동사적지 찾아 사진과 글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국,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러시아,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본 등 10개국의 독립운동사적지와 그곳에 살고 있는 후손들을 취재했고 국내에서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뭉우리돌을 찾아서’(사진집), ‘세계에 남겨진 독립운동의 현장’ 등의 책을 낸 바 있고, 전국 각지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이번에 낸 책은 저자가 찾아간 독립운동사적지 중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으로 간 한인들의 독립운동사를 중점으로 다룬다.

 

뭉우리돌의 바다 / 글·사진 김동우 / 수오서재 / 440쪽 / 2만 원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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