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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편지 한 통

 

교사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받은 편지가 족히 수백 통은 넘어간다. 내가 인기 많은 교사여서 편지를 받는 건 아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작년에 담임했던 아이들이 자기 교실에서 스승의 날 행사로 편지를 써서 교실로 가져온다. 학년이 끝날 때쯤에 편지를 주고 떠나는 아이들도 가끔 있다. 교사를 하다 보면 연례행사처럼 편지를 받게 된다.

 

편지에는 보통 공부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나, 올 한 해 재밌었다는 말이 적혀 있다. 때로는 선생님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하고, 말을 잘 안 들어서 죄송하다, 그동안 말썽꾸러기들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다는 이야기가 구구절절 쓰여 있을 때도 있다. 아주 가끔이지만 지금 괴로운 일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가 올 때도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게 대동소이하니까 편지의 내용도 비슷비슷해진다. 나를 잊지 않고 편지를 적어서 건네준 아이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개학을 맞이해서 출근했는데 교무실에 편지가 한 통 와 있었다. 보낸 이는 올해 우리 반 친구 A였다. 급한 일이었으면 메신저를 통해서 연락이 왔을 텐데 그게 아닌 걸 보니 천천히 확인해도 될 내용인 듯싶었다. 편지 봉투에 우표까지 붙여서 온 편지를 보고 약간은 두근거리기도 하고 약간은 걱정스럽기도 했다.

 

편지를 뜯어보니 첫 문장에 ‘보고 싶은 선생님께’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방학 중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코로나 때문에 어떤 마음인지 편지지 한가득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방학 동안 건강하게 아프지 말고 개학 날 만나자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는데 갑자기 코 끝이 찡했다.

 

코로나가 퍼지고 나서 예전만큼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는 게 어려워졌다. 다시 등교를 못 하게 되면서 물리적으로 대면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쌍방향 수업에서 매일 만난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모니터 너머 속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되면 화면과 마이크를 끄고 모니터에서 해방된다. 나조차도 모니터를 오래 보고 있으면 피로감이 드는데 아이들이 오죽할까 싶어서 쉬는 시간만큼은 화면에서 멀어지라고 한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과 나 사이에 래포를 쌓을 시간이 거의 없다.

 

학교에 왔을 땐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거나 때로는 같이 놀이를 할 때도 있었다. 공기놀이 토너먼트 대회를 열어서 1등에게는 칭호를 붙여서 불러준다거나,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으로 친목을 쌓았다. 작년부터 가까운 거리에서 여러 사람이 상호작용 하는 활동이 사라진 상태다. 함께 놀아야 나도 아이들도 친해지는데 그러지 못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서먹한 채로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올해 아이들과 서먹하다고 느낀 것과 달리 A는 나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남은 2학기 동안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아이들과 가까워져야겠는데 쌍방향 수업으로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겠다. 온라인에서 평생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학교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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